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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시작] ‘옥상옥’ 정부 주도 세일 행사… 유통업계 “소비자 기만 행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부 주도의 대규모 세일행사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사상 처음으로 시작된 가운데,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코리아 그랜드 세일’과 행사가 겹쳐 ‘옥상옥(屋上屋)’ 세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시작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축이 돼 진행하고 있는 유통업계 세일행사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총 2만7000여개의 유통 점포가 참여하고, 200여개의 전통시장도 동참해 크게 판을 벌렸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산자부는 올해를 시작으로 이 행사를 매년 정례화할 계획이다. 


문제는 기존에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던 ‘코리아 그랜드 세일’과 행사 시기와 취지가 겹친다는 것이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당초 연말부터 연초까지 기간에 열렸지만, 올해는 시기를 옮겨 8월14일부터 10월31일까지의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행사 시기를 옮기면서 기획재정부가 끼어들었고, 내수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행사 대상 역시 외국인에서 내국인으로까지 확장했다.

행사 참여 업체 역시 상당 부분 겹친다. 롯데ㆍ현대ㆍ신세계ㆍ한화갤러리아 등 백화점 업체와 롯데마트ㆍ이마트ㆍ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CUㆍGS25ㆍ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외에도 많은 업체들이 두 행사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 업체 대다수가 이미 ‘코리아 그랜드 세일’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행사가 열리다 보니 두 행사의 정체성과 차이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정부 부처의 설명도 다르다. 산자부 관계자는 “두 행사는 별개”라며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외국인에 초점을 맞춰 호텔ㆍ항공ㆍ숙박 등도 포함됐지만,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내국인 수요 중심이고 유통업체에 특화해 마련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재부 관계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에 포함되는 부속 행사로서 내국인과 외국인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행사”라고 소개했다.

어느 쪽 설명이 맞건 간에, 이미 세일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 차이점이 없는 세일 행사가 추가된 것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 차원에서 이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위해 따로 할인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정부 시책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기존에 예정된 프로모션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 이름 붙여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유통업체들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내놓은 할인 이벤트를 보면,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 않다. 할인율이 높은 일부 미끼 상품은 소비자들이 잘 찾지 않는 품목이 대부분이고, 그 외에는 할인율이 낮거나 오히려 평소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제품도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는 ‘블랙프라이데이의 한국식 현지화’의 실상이라며 비꼬는 목소리가 태반이다.

정부로부터 행사 참여 요구를 받았지만 고심 끝에 거절했다고 밝힌 한 업체 관계자는 “제대로 된 세일을 진행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블랙프라이데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여 행사를 벌이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밖에 안된다”며 “‘빚 좋은 개살구’ 식 행사 때문에 도리어 한국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의 이미지만 나빠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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