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 159명에서 친박계는 소수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30여명에서 최대 60여명까지 거론된다. 친박계는 상대적으로 소수이지만 핵심은 응집력이다. 평소엔 잠잠하더라도 시기가 오면 최고위원부터 청와대 정무특보, ‘저격수’까지 똘똘 뭉친다.
최근 김 대표를 옥죄는 과정에서도 친박계의 응집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마약 사위 사건이 터진 후 김 대표가 휘청거리자 청와대 정무특보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김무성 불가론’을 제기했다. “당 지지율이 40% 대인데 김 대표 지지율은 20% 대에 머물러 아쉽다”고 말한 게 골자다. 이내 해명에 나섰지만, 결론적으로 이 발언은 김 대표를 압박하는 포문이 됐다.
김 대표가 정치인생을 걸겠다고 밝힌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도 친박계의 제동이 이어졌다. 당시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정치생명을 걸고 관철하겠다’고 한 것을 포함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려워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떳떳한 얘기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책임론이다.
김 대표가 안심번호제란 대안을 제시하고 청와대가 반발하자 친박계는 본격적으로 뭉쳤다.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각종 라디오 출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일제히 김 대표를 겨냥했다. 소수이지만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빈도, 발언수위로 보면 결코 밀리지 않는 형국이다.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니 오히려 주류로 비친다. 마치 북소리와 모래바람으로 규모를 혼란케 하는 전술을 닮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때에도 친박계의 위력을 보여줬다.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 등 대표 친박계 의원이 최고위원회의를 담당하고, 윤상현ㆍ김재원 두 정무특보는 총대를 멨다.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은 ‘유승민 저격수’로 “즉각 사퇴하라”고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김 대표 옥죄기도 비슷한 흐름이다.
비박계는 친박계에 비해 세에서 우위를 점한다. 세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건 투표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유승민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에 선출되고, 김 대표가 서청원 최고위원을 누르고 당 대표직에 오른 게 대표적인 예다.
지난 9월 30일 의원총회에서도 친박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별도기구를 마련해 안심번호를 포함, 대안을 모색하자는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문제는 ‘비(非)박’이란 말 자체에서 드러난다. 명확한 구심점 없이 친박계가 아닌 네가티브식의 계파다. 친이(친이명박)계도 있지만 이미 진 권력이기에 구심점으로 보기엔 약하다. 숫자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뭉친 친박계에 명확히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이유다. 유승민 사태 때도 비박계는 이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역으로 구심점이 생기면 달라진다. 특히 이번 갈등엔 공천제가 핵심이다. 의원 개개인 사활이 걸려 있고 국민공천제가 현역 의원에 유리하기 때문에 민감도가 다르다. 유승민 사태와는 또 다른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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