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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선거 있었어요?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10ㆍ28 재보궐 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주변에는 의아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선거 결과 얘기가 아닙니다. 선거가 있었느냐는 반문이죠.

국회의원이 포함되지 않은 탓에 좀처럼 주목 받지 못했던 선거였습니다. 국민뿐 아니라 정치권도 마찬가지였죠. 국정교과서, 예산안, 공천제도까지 산적해 있는 현안에 미니 재보궐 선거는 사실상 뒷전이었습니다.

그런데 후폭풍이 거셉니다. 여당은 야당을 향해 참패 결과를 돌아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야당 내에서도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여당이 압승했다는 결과는 하나인데, 이를 해석하는 온도 차는 냉탕과 열탕을 오갑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재보궐 선거를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결과입니다. 전국 24곳에서 실시했는데 그 중 15곳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4곳 중 호남 1곳, 인천 1곳 등 2곳에서만 승리했죠. 나머지는 무소속에게 돌아갔습니다.

유일한 기초단체장 선거였던 경남 고성군수도 새누리당이 승리했고, 광역 9개 선거구에서도 새누리당이 7곳을 휩쓸었습니다.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두며 분위기는 크게 고무됐습니다. 국정교과서로 수도권 민심이 악화됐다는 우려를 씻은 결과였으니까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한계도 있습니다.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지만, 국민의 관심이나 투표율 등을 고려할 때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는 20.1%의 투표율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였습니다. 선거 여부조차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상대적으로 선거 관심도가 낮은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선거만 실시된 점도 낮은 관심의 이유입니다.

선거 관심 부족이나 낮은 투표율 등을 볼 때 생계활동에 묶여 있는 젊은층보다 상대적으로 노년층의 민심이 크게 반영됐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총선 전 민심을 평가할 기회이기도 했지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엔 한계가 있는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후폭풍은 이 같은 결과와 한계를 각자 유리한 범위 내에서 해석하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한 의원은 재보궐 선거를 며칠 앞두고 기자와 만나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아무도 선거에 관심 두지 않고 있지만,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모두 편안한 입지는 아니다. 선거 결과가 나오면 지는 쪽은 큰 후폭풍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정교과서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당내 반발에 직면해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책임론이 끊이지 않습니다. 재보궐 선거가 팽팽한 갈등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었죠.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책임론에 휩싸였습니다. 또 다시 참패했다는 불만이 당내 여기저기서 불거집니다. 여당도 이에 질세라 야당 지도부를 압박합니다. 민심이 국정교과서를 원하고 있으니 야당도 이제 공세를 멈추라는 주장입니다.

이번 선거가 민심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결과를 회피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민심을 보여준다며 기세등등할 이유도 없습니다. 국민 20%의 민심을 확인했다는,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나머지 80%의 민심은 아직 정치권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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