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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 취업난에…학사모 쓴 농부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고학력자들이 농촌으로 몰려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고급 인적자원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한정이 돼 있는데, 전체 구직자의 학력이 지나치게 인플레이션 되고 있는 현실이 원인이란 분석이다.

또 힘들게 취직을 해도 투자한 자원에 비해 근무 조건이 뒷받침되지 못해 그럴 바엔 농사를 짓겠다며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2015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농림어업 분야 종사자 중 대졸이상의 비율이 8.3%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짓거나 어업을 하는 10명 중 한명 정도가 대학을 나오거나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농림어업 분야의 대졸이상 비율은 2013년 상반기만 해도 6.9%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4년 상반기엔 이보다 증가한 7.5%를 기록했다가 다시 1년만에 8%대로 올라선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2~3년 내에 10%를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남 함양에서 흑염소 농장을 하는 정상균(33·가명) 씨는 “부산에서 아동용품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사업이 잘 되지 않아 2010년에 이곳에 왔다”며 “처음엔 특기를 살려서 농산물을 인터넷에서 파는 일을 하다가 이젠 직접 흑염소를 키운다”고 밝혔다.

대졸 농업인 확산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20~40대 젊은층의 빠른 농촌 유입이 주도하고 있단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 880가구에 불과했던 귀농·귀촌 가구는 2010년 4067가구, 2011년 1만503가구, 2012년 2만7008가구, 2013년 3만2424가구 등 꾸준히 늘어왔다.

작년에는 4만4586가구를 기록했는데, 이 중 40대 이하가 1만3913가구로 전체의 41.6%을 차지했다.

30대 이하 가구는 2013년 5060가구에서 7743가구로 1년새 53%가 늘었고, 40대는 7258가구에서 9893가구로 36.0%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작년 9월보다 8000명(2.2%) 늘었다.

사실 박사 학위자 중에서도 노는 사람이 태반일 정도로 우리 사회의 취업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대학에서 신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수를 대상으로 벌인 ‘2014 박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959명 중 미취업자(21.3%)와 비경제활동자(3.2%) 등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2014 통계연보’도 보면 지난 2013년 8월과 지난해 2월에 졸업한 1228명의 박사 중 작년 6월 현재 취업자 수는 717명에 그쳤다. 나머지 중 336명은 취업하지 못했거나 취업 의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일자리 수에 비해 고급인력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충분한 사전 작업 없이 떠밀리듯 농촌으로 가다보니 적응에 실패해 역(逆)귀농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전북 지역만 놓고 보면 2012년에 175가구가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gil@heraldcorp.com



<사진>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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