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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과연 최선의 入試인가요?
[헤럴드경제=서경원ㆍ배두헌 기자]입시제도로 이땅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등장한 지 올해로 23년째가 됐다.

어느덧 성인 나이를 훌쩍 넘긴 수능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영향력은 단순한 대입 시험 이상이었다.

단 한번의 시험으로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수능을 인생에서 맞는 첫 고비로 꼽아왔다.

이 때문에 이젠 40대에 접어든 94학번부터 올해 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까지 모두가 수능 하나로 울고 웃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둬 꿈에 바라던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 있는가 하면 결과를 비관해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이 매해 발생해 ‘행복은 성적순’이란 말을 씁쓸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세월을 지나왔다.

시험이 다가오면 온 국민을 관심을 갖고 ‘수능 문화’란 말이 생길 정도로 우리사회에선 각별하게 여겨지는 수능이지만, 아이들을 성적·학력 지상주의의 굴레로 내모는 장본인이란 지적도 받는게 사실이다.

▶입시변천史…‘선지원→선시험’=수능이 생기기 전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해방 이후 다양한 변화를 거듭해 왔다.

해방 직후엔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험을 출제해 입학생을 선발하도록 했다.

그러다 1954년 대학 정원의 1.4배 정도를 국가연합고사로 선발한 뒤 본고사를 치르는 ‘연합고사+본고사’의 형태를 도입했다.

하지만 입시생들에게 이중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이듬해 바로 본고사 단독 체제로 회기한다.

그 후 1962년 정부가 주도하는 ‘대학입학 자격고사’가 도입됐지만 대학의 자율성 침해 논란과 함께 정원 미달사태가 벌어져 2년만에 다시 대학별 단독고사로 변경된다.

이후 1968년엔 커트라인을 통과한 수험생에게만 본고사 자격을 부여하는 ‘예비고사제’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70년대 학번을 예비고사 세대라 불렀고, 1980년까지 10여년간 시행됐다.

그러다 1980년 신군부가 들어선 후 7·30 교육개혁 조치 끝에 1981년부터 대학의 본고사를 없애고 ‘선시험 후지원’ 방식의 학력고사 체제를 출범시킨다.

하지만 눈치작전이나 정원미달 등으로 대학간 서열화가 극심해진다는 지적에 따라 1988년부턴 ‘선지원 후시험’ 방식으로 전환됐다.

또 90년대 들어선 학력고사가 통합적 사고능력을 측정하기보단 암기식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새로운 입시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1994학년도 입시부터 수능 체제로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본고사도 병행됐지만 사교육 과열 문제 등에 따라 3년만에 본고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수차례 개정에 ‘누더기 수능’ 논란 =그후로도 수능은 여러번 손질이 돼 왔다.

1993년도 첫 수능은 8월과 11월 두 차례 시행됐지만 1차보다 2차 시험이 더 어렵게 나오는 등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이듬해부턴 연 1회로 바뀌었다.

1997학년도 수능에서는 200점 만점 체제가 400점 만점으로 변경됐다.

1999학년도부턴 수리·탐구 영역(II)에서 선택 과목제가 도입됐고, 선택과목간 난이도 차이로 인한 유·불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표준점수가 사용됐다.

2001학년도부턴 제2외국어 영역이 추가됐고, 2002학년엔 9등급제가 도입됐다.

수능이 시행된지 11년이 지난 2005학년도부턴 ‘선택형 수능’이 도입되면서 대전환기를 맞는다. 인물, 자연, 예·체능 계열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시험영역을 전부 또는 일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012학년도엔 사회·과학 탐구에서 선택 과목 수가 최대 4과목에서 3과목으로 줄었고,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1%가 나오도록 출제됐다.

2014학년도부턴 수학과 마찬가지로 국어, 영어도 AㆍB형으로 수준별 시험을 치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2015형) 수능부터 영어 영역은 수준별 시험이 폐지됐다.

▶수능, ‘도전’의 또 다름 이름=최초 수능 만점자는 1999학년도 시험에서 나왔다.

당시 서울 한성과학고 소속 오승은 양이 유일하게 400점 만점을 받아 대입사상 처음으로 0%의 오답률을 기록했다.

최고령 수능 응시생도 매해 화제가 되고 있다.

작년 수능 땐 당시 81세 조희옥 할머니가 시험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일제 강점기 학교 대신 봉제 공장을 다녀야 했던 조 할머니는 배움의 한을 풀기 위해 늦깎이 공부를 시작한지 4년만에 수능을 치르게 됐다.

한편 ‘물수능’ 논란, 정답오류 문제 등에 따라 수능의 위상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학들은 점차 정시 전형을 줄이고 내신, 활동, 면접 등을 거치는 수시를 확대하는 추세다.

다른 나라들이 시행하는 각국의 ‘명품 입시제’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가령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eat)’는 2주에 걸친 논술·철학 시험으로 대학 진학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나폴레옹 시대인 1808년에 시작돼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수능 선물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학력고사 때까진 잘 붙으란 의미에서 엿이나 찹쌀떡을 줬고, 수능 이후론 잘 풀고 찍으라고 휴지, 포크 등을 선물했다.

요즘 들어선 실용성이 중시되면서 초콜릿이나 비타민제, 아로마 양초, 손난로 등이 애용되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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