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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S 서거] ‘YS는 못말려’ 풍자의 대상이 된 첫 문민대통령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추운 겨울 어느 날,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국무위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 날 따라 회의 분위기가 어수선하자 한 참석자가 “오늘 회의 분위기가 매우 중구난방(衆口難防) 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YS가 갑자기 “당장 중구청장을 불러 들이라”고 했다. 비서관이 “왜 갑자기 중구청장을 부르라고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YS가 답했다. “중구에 난방이 잘되는 모양이니 그 비결을 들어봐야지”(YS는 못말려의 한 대목)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문민정부는 ‘최고 통치자’도 공개적인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보여준 시대였다. 문민정부 수립 초기, 김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유머집과 정치권을 풍자하는 책들이 잇따라 쏟아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YS는 못말려’이다.

이 책은 출간 한달 만에 35만부가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유행하던 유머에 김 전 대통령을 대입한 것에서부터 그의 정치행보를 패러디한 것 등 내용도 다양했다.

이 책이 불티나게 팔리며 세간에서는 ‘학실히(확실히)’ ‘씰데(쓸데)없는 소리’ ‘이대한(위대한) 국민 여러분’ 같은 유행어도 만들어졌다.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현대사 주요 정치인들을 ‘무림의 고수’로 패러디했던 ‘대도무문’도 큰 인기를 끌었다.

YS 풍자는 정치권 전반을 대상으로 한 풍자 바람으로 퍼져 서적은 물론 TV와 라디오 개그프로그램 코너로 꾸며지기도 했다. 이같은 풍자는 ‘문민정부’ 슬로건에서 보듯 일반 국민이 자유롭게 정치를 논하고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

이와 함께 ‘칼국수’로 대표된 청와대 식사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김 전 대통령을 표현하는 대명사로 자리잡기도 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전 전두환 대통령은 비판의 대상이었고, 노태우 대통령은 비아냥의 대상이던 반면 김 전 대통령은 보통 사람들도 쉽게 입에 담을 수 있는 탈권위주의의 첫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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