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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삼 1927~2015]환란 3개월 前까지 신용등급 최고...대외평가 의존 버리고 내실 다져야
한국 경제위기의 뼈아픈 교훈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도입 등 역사에 기록될 큰 경제업적을 남겼지만, 다른 한편으로 임기말에 나라를 역사상 최악의 경제난으로 꼽히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빠뜨리는 오명을 남겼다. 외환위기는 무리한 시장개방과 경제위기 관리능력의 부재 등이 빚은 총체적인 재난으로 급성장 가도를 달리던 한국경제에 ‘잃어버린 10년’을 가져왔다.

특히 환란 3~4개월 전까지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등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국제기관들이 태도를 돌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위기를 부채질했다. 이런 경험은 외부 평가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남겼다.

김 전대통령은 취임 중반에 접어들며 경제개혁과 함께 세계화 전략을 적극 추진했다. 1993년 8월 금융실명제에 이어 1995년 1월 부동산거래 실명제를 실시하고, 자본시장 등 대외개방을 확대하며 세계화에 나서 1996년 12월에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쾌거를 올렸다. 하지만 급속한 자본시장 개방과 태국ㆍ인도네시아 등으로 확산된 아시아 외환위기의 파장을 피해갈 수 없었다.

1997년 1월 한보그룹에 이어 기아ㆍ대우 등 대그룹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금융권 부실이 확대되고, 해외채권단의 부채상환 요구가 잇따라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결국 OECD 가입 1년 후인 1997년 11월21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국제금융시장 참여자들과 신용평가사 등 국제기관 및 기구의 태도는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대표적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무디스는 1997년 3월7일 A1 ‘안정적’ 평가를 부여한 후 이를 유지하다 구제금융 신청 직전인 10월27일 ‘부정적’으로 평가를 바꿨다. 이후 2개월 사이에 무려 6등급을 강등, 12월21일엔 정크본드(투기등급)인 Ba1을 부여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1997년 8월 ‘부정적’으로 평가를 바꾸기 전까지 역대 최고등급인 AA- ‘안정적’을 유지하다 상황이 악화되자 태도를 바꿨다. 신용등급을 12월22일 투기등급인 B+로 강등하기까지 불과 4개월 보름 사이에 10단계 떨어뜨렸다.

이들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국제 투기자본은 한국의 원화를 내다팔고 부채상환을 요구해 사실상 대한민국이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경험은 대외평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버리고 경제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최근 우리경제가 ‘일본식’ 저성장국면에 빠르게 진입하고 가계 및 기업부채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음에도, OECD와 IMF 등 국제기구와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상황이 양호하며 성장전략이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활성화에 나설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게 할 경우 글로벌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러한 평가와 권고가 한국경제가 지닌 잠재적 위험성까지 감안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하고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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