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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식 장기불황 징후…닮아도 너무 닮은 한국경제
가계소비 위축 가격할인 상시화
수익성 악화 기업 저금리 연명
저소비저성장저물가 악순환
정부, 단기성과용 경기부양 집착
한국 현상황 日 20년전과 유사



“가계의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자 서비스와 소비재 중심으로 가격파괴형 점포가 속속 등장하는가 하면 가격할인이 상시화하고,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저금리로 연명하는 기업이 늘고,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과 구조개혁보다 단기성과를 위한 경기부양에 치중하고, 국민들 사이엔 불황을 우려하는 심리가 팽배하고…”.

2015년 연말을 앞둔 대한민국 경제의 자화상이다. 20년 전 장기 복합불황의 어두운 터널로 빨려들어가던 당시의 일본이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현상, 일본식 장기불황의 징후가 한국경제를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구구조 변화와 글로벌 경쟁체제의 변화를 이유로 일본식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았지만, 이제 그 불황의 징후가 하나 둘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경제는 나름의 장점을 지니고 있고, 20년 전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 형성된 부동산 등의 버블이 꺼지면서 장기불황에 처했지만, 한국에서는 부동산버블 붕괴와 같은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영역, 즉 전반적인 경제활력이나 시장구조의 변화, 구조조정 등 정부 대책에서 일본식 불황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관련기사 5면

20년 전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붕괴 이후 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고용불안이 심화하자 가계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저성장-저물가 국면으로 급속히 빨려들어갔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는 이를 경기사이클 상의 일시적 부진으로 인식하고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 수익성이 향상돼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구조조정보다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에 치중했다. 일본 경제기획청은 매년말 다음해의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지만 실제는 고이즈미 정부의 개혁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1%포인트 이상 빗나갔다. 그려면서 일본경제는 침몰했다.

오늘날 한국경제에서 이러한 ‘일본화’의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은 19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 경제위기 상황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감소했다. 줄곧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수출은 올들어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국민들은 지갑을 닫아 올 3분기 가계 소비성향은 71.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항시적인 세일로 정가의 의미가 퇴색한 가운데 의류와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가격파괴형 점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신, 소비촉진 등 경기부양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1166조원에 달해 한계상황에 직면했고, 저금리에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식 불황의 징후가 뚜렷하다며 성장률 하락을 두려워말고 구조개혁에 나서 그 싹을 잘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은 “기업들이 국내에 공장을 설립하지 않아 고용시장이 불안해지고, 가계부채가 늘면서 개인의 소비여력이 줄어드는 것 등이 일본식 장기불황의 징후”라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본은 갑자기 닥친 버블붕괴에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쳐 10년이상을 허비했다”며 “우리가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준ㆍ배문숙ㆍ원승일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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