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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역 고가 폐쇄] ‘박정희’는 ‘박원순’을 어떻게 생각할까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하루 5만여대 차량이 지나가는 서울역 고가가 13일 0시를 기준으로 폐쇄됐다. 서울역 고가는 앞으로 공원으로 추진된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을 필두로 노후화된 서울역 고가를 존치하는 방안, 보완하는 방안,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안 등을 고민하다가 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에따라 만리동길에서 남대문까지의 직선 도로가 없어지고 우회도로로 지나야 하면서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교통정체 상습 구간이었던 이곳에 공원이 만들어지고 돌아가야 하면서 택시 기사들의 푸념도 커지고 있다.

13일 오전 현재 차량 흐름은 원할한 편이다. 서울역 고가를 우회한 한 택시기사는 “아직 뚜렷한 정체는 없다. 아침 일찍 근처를 지나쳤는데 우회도로 역시 막히지 않았다”며 “다만 이는 일요일이라 차량이 없어 그런 것이고, 월요일부터는 교통체증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70년 8월 15일 광복절날 서울역고가 개통식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가 개통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13일 0시를 기점으로 아무튼 서울역 고가는 도로로서의 임무를 끝냈다.

서울역 고가는 지난 1970년 8월 15일 개통했다. 서울역 고가는 개발시대의 상징이었다. 서울역고가는 서울역을 끼고 퇴계로, 만리재로, 청파로를 이어주는 총 길이 1150m의 차도로였다. 당시 서울시가 3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자해 착공한지 16개월만에 완공했을 만큼 일대 차량 정체를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45년간 서울역 고가는 그냥 도로는 아니었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생명줄이었고, 지방 상인들의 꿈과 희망의 도로였다. 일정 출퇴근 손님이 있는 택시 기사들에게도 생존을 보장해주는 도로이기도 했다.

45년 전 서울역 고가 준공식에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가 참석해 테이프를 끊을 정도로 국가 차원의 관심도큰 행사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서울역 고가를 서울의 심장부에 세움으로써 산업화, 고도화의 상징물로 여겼다. 애정도 상당히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개통 후 서울역 고가는 1970∼1980년대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남대문시장과 청파ㆍ만리동 봉제공장 등 상인들이 물건을 싣고 나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서울역 고가는 세월이 흐르면서 시설이 노후화했고 지난 1998년부터는 총중량 13t이 넘는 차량이나 건설기계는 통행을 제한할 수 밖에 없었다. 이어 2008년에는 시내버스 12개 노선과 공항버스 1개 노선의 통행도 금지됐다. 
2014년 10월 12일 개최된 서울역 고가 시민 개방 행사에서 시민들이 다양하게 고가에서 즐기고 있다.

2013년에는 감사원 감사 결과 재난위험등급 최하점인 D등급을 받았다. 뭔가 큰 대책이 필요해졌다. 특히 지난해 겨울부터 상판에서 콘크리트 조각들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졌다. 이에따라 서울시는 긴급히 낙하물 방지를 위해 보호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편리하지만 미관상으로는 좋지 않았던 서울역 고가를 아예 철거하고 대체 도로를 만들 것인지, 다른 방도로 보완해 사용할 것인지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됐다.

서울시도 명확한 방침을 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찾아 서울역 고가 공원화 구상을 처음으로 내놨다.

공원화 사업 계획이 발표되자 명동ㆍ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도로가 폐쇄되면 차가 다니지 않아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반발이 심했다.

박원순 시장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뒤따랐다. 차기 대선을 노린 박 시장의 치적쌓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서울시도 적극 대응했다. 안전문제상 철거해야만 했던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로 재활용해 사람들이 걸어다니면 오히려 일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며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 서울시는 고가를 유동인구가 퍼져 나가는 물꼬로 활용하고자 17개 지역과 이어지는 17개의 보행로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보행길은 남대문시장, 회현동, 남산, 힐튼호텔, 남대문, GS빌딩, 연세빌딩, 스퀘어빌딩, 지하철, 버스환승센터, 광장, 국제회의장, 공항터미널, 청파동, 만리동, 중림동, 서소문공원으로 각각 연결된다.
2015년 12월13일 0시 서울역고가가 폐쇄됐다. 사진은 폐쇄를 코 앞에 둔 12일 서울역고가 모습.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박원순 시장의 의욕적인 작품인 서울역 고가의 공원화는 여전히 숙제는 안고 있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공원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시민의 품으로 서울역 고가를 돌려줄지 주목된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가 진정 시민에게 혜택을 주는 멋진 작품이 될지, 탁상공론의 전형물이 될지, 정치적 행보과 관련한 비효율적 결과물로 판명될지는역사가 앞으로 증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ysk@heraldcorp.com

<서울역고가 폐쇄까지>

▶2014년 9월 24일=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장 한국판 하이라인파크 만들겠다”

▶2015년 7월28일=문화재청, 서울역 주변의 역사 및 경관 등을 고려한 계획안 마련 요구

▶2015년 7월 30일=경찰청, 교통안전시설심의 결과 보류

▶2015년 9월 30일=서울시부시장-서울지방청장 면담

▶2015년 10월 22일=서울시, 국토부에 노선변경 승인요청

▶2015년 11월 24일=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심의 보류

▶2015년 11월 25일=국토부, 노선변경 승인

▶2015년 11월 25일=서울시, 서울역고가 29일 폐쇄서 12월 13일로 연기

▶2015년 11월 30일=경찰청, 교통안전시설심의 결과 조건부 가결

▶2015년 12월 13일=서울역고가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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