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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거티브 경제학 ①] 마이너스 금리는 ‘속임수’?…수입품 가격 올리는 꼼수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미국과 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돈을 마구 찍어 풀기 시작했다. 시중에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생각에서다. 각국 중앙은행이 지금까지 뿌린 돈만 5조9000억 달러(7200조원)에 달한다. 돈이 넘쳐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중앙은행의 이같은 ‘양적완화’는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롤러코스터 같은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이 목표치로 내세우고 있는 물가상승률 2%대는 거의 불가능한 목표가 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급기야 중앙은행이 묘수라고 꺼낸 것이 ‘마이너스 금리’다. 금리는 쉽게 표현하면 돈에 붙는 가치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역으로 이자를 받는 대신 ‘보관료’를 내야 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은행에 맡길 수록 돈의 값어치가 떨어지니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는다. 소액 예금주들은 상품권 같은 선불결제 수단에 돈을 쓸 것이고, 그러면 소비도 자연 늘어날 것이다. 빚을 내서 집을 사거나,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거액의 예금주를 위해 현금을 보관해주거나, 고객들의 계좌거래를 대신 해주는 전문 보안 업체도 생겨날 수 있다. 가게들은 일시불 대신 장기할부를 받으려 할 것이다. 정부는 가급적 세금을 받으려 할 것이다.

실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덴마크에선 지난해 세금을 일부러 더 내는 기업들이 생기자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스위스에선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자 일부 지방정부 세무당국이 납세자들에게 세금을 빨리 내지 말라며 조기 납부 감면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의 묘수는 환율에 있다. 중앙은행이 돈을 맡기면 벌금을 내겠다고 하는데 누가 그 돈을 갖고 있겠나? 다른 나라 돈으로 바꾸는 게 당연하다. 그러면 환율이 상승하기 마련이다. 환율 상승은 수출에도 도움을 주지만 수입품의 가격을 끌어 올리는 효과가 있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물가상승률이 오르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낮은 물가 때문에 고심하는 중앙은행으로선 이만한 묘수(?)가 없는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추정치가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마이너스인 나라는 스위스(-1.4%), 이스라엘(-0.9%), 태국(-0.9%), 싱가포르(-0.7%), 스페인(-0.5) 등 10개국에 달했다. 물가 상승률이 0%대인 국가도 그리스ㆍ영국(0.1%), 독일ㆍ이탈리아ㆍ프랑스(0.2%), 일본ㆍ대만(0.3%), 미국(0.5%) 등 27개국이다. 집계 대상국 81개 가운데 물가가 1%도 채 오르지 않은 나라가 3분의 1에 달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와 관련 “유가 폭락과 부진한 글로벌 수요로 인해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중앙은행으로선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환영할 수 뿐이 없다”며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 올림으로써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맞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어떤 중앙은행도 ‘보통의 방법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적으로 화폐가치를 떨어 뜨리도록 결정했습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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