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네거티브 경제학 ③] 중앙은행이 미꾸라지?…거세지는 중앙은행 무용론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유는 엔화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근간이 되는 ‘엔화 약세’를 더 이상 방어하지 못하자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엔화는 BOJ의 예상과 달리 달러당 엔 환율이 112엔대까지 올라가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되려 주식시장만 15% 가량 급락해 일본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올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의 폭락을 부른 것은 중국 위안화의 가치절하 우려감이었다. 이를 놓고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이 지난해 말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촉발됐다고 비판했다. 미 연준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만 확대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마이너스 금리 역습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무너지면서 중앙은행의 무용론이 일고 있다.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치고, 오히려 화(禍)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통화정책의 마지막 실탄이 금융시장 망쳤다=마이너스 금리는 사실상 양적완화 통화정책의 마지막 실탄으로 여겨진다. BOJ가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를 처음으로 도입했을 당시 나왔던 우려도 BOJ가 더 이상 손쓸 도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히려 금융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글로벌 금융 시장 여건을 옥죄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신(新)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도 “(마이너스 금리는) 해악만 끼칠 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한스 레데커 글로벌 외환전략 부장도 최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중앙은행들이 배워야 할 한 가지 교훈, 즉 마이너스 금리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작동하지도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알렉스 드라이덴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가) 소비자들과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할 때 진짜 뒤죽박죽된 세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돈만 풀었다…중앙은행이 미꾸라지?=전문가들 사이에선 중앙은행에 대한 무용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중앙은행이 돈만 풀었지 한 게 없다는 주장이다. 중앙은행이 오히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흙탕물로 만든 미꾸라지라는 말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스티븐 젠 SLJ 매크로 파트너스 공동 창립자는 최근 블룸버그에 “중앙은행들이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새로운 것을 내놓으려고 애쓰고 있으나 점점 시장과 은행이 파괴되는 모습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도 11일(현지시간) 기고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올린 글에서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이 시행한 재정긴축, 통화완화정책은 가계 소비나 기업 투자를 늘리지 못한 것은 물론, 성장을 이끌지도 못했다”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은행 무용론이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다보스 포럼은 중앙은행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악셀 베버 회장은 다보스포럼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없을지 모르지만 양적완화의 성과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통화정책이 이미 갈 때까지 갔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CEO 역시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2배로 늘린다면 중앙은행과 종이화폐 자체, 일부 통화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으며 채권과 주식가격은 폭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hanimom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