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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休가없다] “아빠 육아휴직요? 월 75만원에 어떻게 살아요”
-남성 육아휴직 보장기간 세계 최장 불구 비중 5.6%
-육아휴직 급여 75만원 불과…생활안돼 엄두도 못내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 조선시대에는 노비에게도 육아휴직을 제공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여자 종인 ‘비’에게는 100일의 출산휴가를, 남자 종인 ‘노’에게는 30일의 육아휴직을 줬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족 데이터베이스 2015’에 따르면 한국의 ‘아버지에게만 주어지는 유급휴가’는 52.6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다. OECD 국가 가운데는 일본이 52주로 한국에 이어 가장 높았고 프랑스(28주), 룩셈부르크(26.4주), 네덜란드(26.4주)가 뒤를 이었다.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 기간은 세계 최장이지만 막상 사용률은 저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 육아 휴직자의 수는 4872명이다. 2006년까지만 하더라도 남성 육아 휴직자가 230명이던 것을 고려하면 짧은 시간에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 남성의 수가 급증했지만,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가 8만7339명인 것을 감안하면 비중은 5.6%에 그친다.

▶눈치 보이는 아빠들=최근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육아휴직를 이용하고 싶어 하지만 ‘직장내 눈치’ 때문에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아버지들’이 전국 20대 이상 기혼 남성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여론조사 업체를 통해 ‘일ㆍ가정양립’을 위한 고용지원정책에 대한 아빠들의 인식과 실태’를 조사한 결과 72.8%가 ‘육아휴직 대상자라면 신청하겠다’고 응답했다.

직장인들은 육아휴직을 못 쓰는 이유로 47.3%가 ‘직장 내 눈치’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인사상 불이익’는 31.4%가, ‘기회가 없어서’는 11.8%가 꼽았다. 반면 10명 중 9명은 육아휴직이 업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업무생산성을 높인다’(58.7%)거나 ‘별 영향이 없을 것’(32%)이라는 응답이 90.7%에 달했다.

▶“한 달 75만원에 어떻게 살라고”=문제는 돈이다. 남성들이 육아 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용감한 아빠’라고 불리는 보수적인 직장 분위기가 꼽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적잖다.

정부가 올해부터 아빠가 엄마에 이어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육아휴직 급여를 월 최대 150만원까지 주는 ‘아빠의 달’을 한 달에서 석 달로 확대해 육아휴직급여를 최대 450만원으로 늘렸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또 3개월간 월 최대 150만원이 나온다고 해도 그 이후에는 매월 통상임금의 40%씩을 고용보험기금에서 휴직급여로 받을 수 있는데, 최대 100만원까지 밖에 지급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25%는 휴직이 끝난 뒤 바로 퇴사하는 걸 막겠다는 이유로 복직 6개월이 지나서야 나온다. 이렇다 보니, 육아 휴직 후 한 달에 받는 급여는 최대 75만 원에 불과하다.

올해 월 최저임금인 126만원보다 50만원이나 적어 아이를 키우는 한 가정의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육아휴직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지방공무원 최 모(37ㆍ8급) 씨는 “육아휴직기간 공무원인 아내가 일을 해서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가정의 수입이 줄어들어 빠듯하게 생활했다”며 “외벌이 가정의 경우 매달 받는 휴직급여 75만원으로는 먹고 입는 것조차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맞벌이를 해도 빠듯했던 가정에서는 남성의 수입이 갑자기 반 이상 줄어들면 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복지국가의 사례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한 가정을 책임지는 남성의 육아휴직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 기간 전체의 급여를 현실적으로 인상하고, 남성도 의무 사용하도록 하는 등 선진국 수준의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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