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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력잃은 구조개혁]복병 3종세트…경기침체ㆍ4월 총선 매몰 정치권 외면ㆍ대북 리스크…‘의지’도 흐지부지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구조적 문제에는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우리경제를 정상 성장궤도로 되돌리고 강건한 체질로 거듭나게 하는 길은 구조개혁 밖에 없습니다. <…중략…> 구조개혁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박근혜정부 3기 사령탑을 맡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당시 유 부총리는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백병전도 불사해야 한다”며 강한 톤으로 개혁을 역설하고, 자신이 “가장 앞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해가 시작된지 한달반, 유 부총리가 취임한지 한달을 넘겼지만 개혁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대외여건 불안에 따른 경기침체와 대북리스크에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무관심 등 3가지 복병에 개혁동력이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경제가 구조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려면 개혁을 통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지가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4대 부문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는 응답(3개 복수응답)이 21.7%(13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성장률 제고라는 응답은 3.3%(2명)에 불과했다.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에 매달리기보다는 개혁을 통한 지속가능 성장의 토대를 만드는 데 ‘올인’하라는 주문이었다. 유 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경제계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개혁성과의 가시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연초부터 중국의 경기둔화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저유가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비등하고, 최근 북한의 로켓(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중단 등 대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개혁에 대한 의지도 퇴색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정부는 당초의 ‘개혁 백병전’ 선언과 달리 성장률의 하락을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달초엔 21조원 이상의 재정ㆍ정책금융 등 1분기 경기보완 대책을 내놓았고, 오는 17일에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투자확대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더욱이 정치권이 2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4월 총선국면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노동관련법 등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회는 기업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일부 법안을 처리했을 뿐, 쟁점법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연장할 수 없는 ‘2월 골튼타임’이 지나면 개혁은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이를 감당할 어느 정도의 기초체력이 필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개혁 의지와 사회적 공감대다. 개혁의 고통을 분담하면서 이를 추진하려는 정부 및 정치권의 의지와 노력, 사회적 공감대가 없으면 개혁은 동력을 잃게 된다.

정치적 인기에 연연해 개혁을 미루고 성장에 집착할 경우 경제는 오히려 ‘골병’에 들게 된다. 대규모 통화완화와 엔저를 바탕으로 경제회생에 매달렸던 ‘아베노믹스’의 일본경제가 ‘반짝’ 성장했다가 다시 위기에 빠진 것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하면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할 태세를 갖추는 건 필요하지만 미리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단기대책을 반복할 경우 오히려 위기가 발생할 때 정책 수단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개혁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개혁을 계속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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