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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 잃은 금융시장, 통제 잃은 중앙은행…자산의 몰락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올 들어 전세계 주식시장에선 모두 8조3000억 달러가 공중으로 증발했다.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고 있고, 유가는 폭락했다. 원자재라고 성한 곳이 없다. 자산시장의 몰락이다. 자산의 몰락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성을 잃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성의 완폐”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연초 부터 중국 위안화 가치절하 유령에 숨을 죽였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20달러대까지 주저앉은 국제유가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세계경제의 위안처가 됐던 미국과 일본마저 경기방향타를 ‘후퇴’(recession)으로 돌려 놓고 있다. 자산가치의 몰락을 막아주고 경기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던 마지막 구원투수 ‘마이너스 금리’는 오히혀 은행발 경제위기 가능성만 열어놨다. 믿었던 ‘마이너스 금리’마저 세계경제를 배신한 셈이다. 세계경제가 이성 잃은 자산의 몰락 와중에 중앙은행의 통제권에서도 벗어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칠흑암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믿었던 너 마저…미국ㆍ일본으로 전이된 경기둔화 우려=불과 한 달전까지만 해도 세계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었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절하 우려도 경착륙 우려에서 나왔다. 하지만 지금 세계경제의 둔화 우려는 미국, 일본, 영국으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경제회복의 ‘모범’으로 여겨지곤 했던 아베노믹스도 좌초 위기에 놓였다.

일본 내각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일본의 작년 4분기(10∼12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4%, 연율로 환산해서는 1.4% 감소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0.2%, 연간으로는 -0.8%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장의 예측치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그만큼 일본 경제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8개월간 일본 주식시장에서 증발한 시총은 2014년 GDP(4조7795억 달러)의 3배를 넘는다. 이는 같은해 한국 GDP(1조4103억 달러)의 10배를 웃도는 규모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달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며 아베노믹스를 구원하려 했지만 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마이너스 금리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엔화가치는 불과 열흘 만에 10엔이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지난해 말 ‘제로금리’ 시대를 종언하며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만해도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투자자들의 위안처가 됐었다. 하지만 막상 산업생산이 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감이 커지고 있고, 급기야 재닛 앨런 의장까지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경제가 예상밖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69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앞으로 12개월 내에 리세션(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은 21%로 1년 전의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미국에 이어 올해 중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던 영국도 위험스럽기는 마찬가지다. CNBC는 올해 안에 마이너스 금리 대열에 합류할 5개국에 영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는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며 언제든 글로벌 금융시장의 폭락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2300억 달러까지 쪼그라 들어 중국 정부의 실탄이 그리 넉넉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진화는 했지만…살얼음판 유가, 그리고 은행발 신용위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을 수렁의 늪으로 빠져 들게 했던 은행발 신용위기 우려감이 다소 진정세에 놓였다는 점이다. 오는 4월 30일 만기도래하는 코코본드(우발 전환사채)에 대한 이자 3억5000만 유로를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심을 샀던 도이체방크가 54억 달러 규모의 바이백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고, JP모건이 2600만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일단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언제든 은행발 신용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 은행들이 유사시 해당 채권이 자본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발행을 늘려왔던 코코본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8년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으로 초래된 글로벌 신용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둔화에다 마이너스 금리에 은행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에너지 업체들의 도산으로 부실자산이 늘어나게 되면 은행들의 부담은 당장 신용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은행발 신용위기가 벌써부터 실물경제 위축을 불러올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감산 가능성에 모처럼 큰 폭으로 올랐던 유가도 여전히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유가가 하락하면 소비가 증가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존의 경제학 문법은 폐기된지 오래다. 유가 하락에도 소비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산유국들은 설상가상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원유 관련 기업들은 부도 위기를 맞으며 또 다른 도미노 타격이 되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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