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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리 손녀딸 좀 찾았으면”…산산이 부서진 할머니의 꿈
-박씨, 아무 계획없이 두 딸 데리고 가출
-남과의 집단 생활로 학대환경 조성



[헤럴드경제=원호연ㆍ윤정희(고성) 기자]“최근에 손녀들을 본적이 없어. 제 엄마가 데리고 나갔다는데 빨리 손녀딸 좀 찾았으면 좋겠네그려”

지난 15일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인근 야산에서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김 모(사망 당시 7세)양의 할머니는 지난달 자신을 찾아온 ‘장기결석 아동 합통 조사팀’에 손녀딸을 보고 싶은 마음을 털어놓았다. 할머니는 죽은 김 양과 그 여동생 김모(9) 양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아버지가 두 딸을 경남 고성군의 할머니 집에 전입신고를 할 정도로 사이가 각별했다. 그러나 김 양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손녀딸의 귀여운 재롱을 다시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바람은 허공에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경기도 광주시 야산에서 친모 박모 씨로부터 맞아 숨진 딸로 보이는 사체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15일 5시30분 박 씨가 자신의 딸을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박 씨의 큰 딸 김모(사망 당시 7세) 양의 백골 상태인 시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친딸 살해후 암매장한 장소 모습. 사진=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김 양의 아버지는 어머니 박 모(42ㆍ여)씨가 “큰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암매장했다”는 자백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14일 오전 할머니를 모처로 옮겼다. 할머니가 살던 경남 고성군 대가면 관계자는 “이웃 주민들이 14일에 할머니의 자녀가 댁에 와 있는 것을목격했지만 15일 아침에 가보니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양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할머니가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양의 죽음 뒤에는 자녀의 삶을 자신의 기분 내키는 대로 좌지우지한 박 씨의 무책임이 도사리고 있었다. 

2001년 서울의 은행원이었던 김양 아버지와 결혼한 박씨는 미국에서 두 딸을 낳았지만 가정 불화로 2009년 1월 당시 각각 5세와 3세에 불과했던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와 버렸다. 두 딸을 학교에 보내고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지만 박 씨에게는 일자리와 거주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도 광주시 야산에서 친모 박모 씨로부터 맞아 숨진 딸로 보이는 사체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15일 5시30분 박 씨가 자신의 딸을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박 씨의 큰 딸 김모(사망 당시 7세) 양의 백골 상태인 시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친딸 살해후 암매장한 장소 모습. 사진=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결국 찾아 들어간 곳은 대학 동기였던 백모(42ㆍ여) 씨와 그 지인인 이모(45ㆍ여)씨 등이 살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236㎡)였다. 김 양은 이곳에서 이 씨 부부와 이씨의 친 언니, 백씨와 백씨의 친청 어머니 등 어른 6명과 이들의 자녀들에 둘러 싸여 생활했다.

서로 다른 남남끼리 모여사는 곳에서 김 양은 구박덩어리였다. 집주인 이씨가 “아이를 똑바로 가르치라”고 하자 박씨는 자신의 딸에게 매질을 시작했다. 한 끼만 먹는 날이 보름씩 이어지기도 했다.

김 양이 숨지기 전날인 2011년 10월 25일에도 박씨는 가구를 망가뜨린다는 이유로 김양을 발코니에 감금하고 회초리로 30분 간 때렸다. 박씨는 다음 날 오전 휴대전화 대리점에 일하러 가면서 딸이 고함을 지르지 못하게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의자에 묶어뒀다. 결국 이날 오후 김 양은 숨지고 말았다. 

경기도 광주시 야산에서 친모 박모 씨로부터 맞아 숨진 딸로 보이는 사체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15일 5시30분 박 씨가 자신의 딸을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박 씨의 큰 딸 김모(사망 당시 7세) 양의 백골 상태인 시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친딸 살해후 암매장한 장소 모습. 사진=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김 양을 죽음으로 몰고 간 어른들은 그 시신마저 편히 쉬도록 두지 않았다. 박씨는 딸이 숨지자 백씨와 이씨 자매와 함께 자신의 차에 시신을 싣고 이틀 가량 배회했다. 이들은 이때부터 시신을 유기할 장소를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택한 곳은 함께 살던 이씨의 시아버지 묘소가 있는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야트막한 야산이었다. 이들은 이곳에 김 양의 시신을 묻었고 김 양의 죽음은 올해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가 이뤄지기까지 4년 3개월여간 은폐됐다. 김양의 시신이 묻힌 야산의 인근에 거주하는 김길년(83)씨는 “이곳에 83년 살고 있는데 친딸을 죽이는 이런 끔찍한 일은 처음 접한다”면서 “대한민국 법이 너무 물러서 생긴 것 아니겠나”며 분개했다.

경찰은 박 씨에게 아동복지법 위반에 더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하고 이 씨와 백 씨도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 씨의 언니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르면 16일 오전 김 양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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