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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개성공단 사냥 끝난 홍 통일‘烹(팽)’?
홍용표 통일부장관의 부침이 애처로울 따름이다.

영국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홍 장관은 지난해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대표로 나서 8ㆍ25합의를 이끌어냈을 때만해도 남북관계의 새 주역으로 부상하는 듯했다. 본인 스스로 부담도 되지만 ‘업’된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불과 6개월 지난 현재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 전용 근거를 둘러싼 발언과 번복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옹색한 처지에 몰렸다.

홍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여야의원들의 질문에 “돈이 들어간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와전됐다”며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사흘 전 “정부가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다”면서 “공개할 수 있는 자료면 벌써 공개했다”고 한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었다. 홍 장관은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나왔는데 근거자료를 공개하기 힘들다고 한 적도 없다”고 말해 거짓말 논란까지 샀다.

정부와 학계 안팎에선 안쓰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청와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에 따른 조치라는 게 정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에도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지원받은 자금으로 핵실험을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홍 장관이 이번에 전면에 나서 총대를 맨 이후 역풍이 만만치 않았다.

당장 정부가 자금 전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개성공단을 운영해온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남북이 모두 유엔 제재를 받아야한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거론됐다.

장관 입장에서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사안을 반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남북관계와 개성공단 주무부처의 수장이자 국정운영의 한축인 국무위원으로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시간이 흘러 남북관계가 호전된다하더라도 국회에서 ‘무능’, ‘불성실’의 낙인이 찍힌 홍 장관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사냥이 끝난 뒤 홍 장관만 팽(烹)당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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