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이날 박 대통령은 “파악되고 있다”며 재차 개성공단 자금이 전용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발언마다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개성공단 자금의 진실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에 관한 국회연설’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작년에만 1320억원이 들어가는 등 지금까지 총 6160억원의 현금이 달러로 지급됐다”며 “이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걸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지원하게 되는 상황을 그대로 지속되게 할 수 없다”며 개성공단 폐쇄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 =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
“파악되고 있다”는 수위로 표현을 조절했지만, 최근 홍 장관 발언 이후 개성공단 자금 전용 증거와 관련해 민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개성공단 자금이 노동당 지도부 등으로) 돈이 들어간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와전됐다”며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다”고 답했다.
사흘 전 홍 장관은 “정부가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며 “공개할 수 있는 자료면 벌써 공개했다”고 밝혔었다. 증거 자료가 있다고 답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다시 자료는 없다는 입장으로 번복했다.
야당의 거센 반발이 일기도 했다. 야당은 정부가 자금 전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성공단을 지금까지 유지한 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자금 전용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유지해왔다는 역공이다. 남북이 함께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거론될 만큼 후폭풍이 거셌다. 홍 장관이 증거가 있는 건 아니라고 입장을 번복한 것도 이 같은 논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다시 홍 장관이 애초 밝혔듯 노동당 지도부에 자금이 전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한층 무게감도 다르다. 홍 장관과 박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자금이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된 건 파악되고 있지만 정확한 증거는 없다는 정도가 된다. 다시 말해 의혹 제기 수준이란 의미다. 홍 장관의 발언을 두고 개성공단 폐쇄의 당위성을 알리고자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재차 자금 전용을 내세우면서 개성공단 자금을 둘러싼 논란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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