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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 어디로…석유외교 ②] 산유량 동결 합의, 4개 장애물 넘을 수 있나?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1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산유량 동결 합의가 진전을 이루기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합의는 향후 석유외교의 첫 발을 뗀 것일뿐, 완전한 결과물은 아니라는 얘기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도 이날 회담 직후 인터뷰에서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향후 몇 달간 계속될 과정의 시작일 뿐”이라며 “우리는 유가 하락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감산을 원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고, 안정적인 가격이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① 이란ㆍ이라크 동참여부에 운명 걸렸다=이날 합의가 국제적인 공조로 이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란과 이라크의 동참이 중요하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도 이와 관련 산유량 동결은 다른 국가들의 동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란과 이라크의 동참 여부에 석유외교의 운명이 걸린 셈이다.

유겐 웨인버그 코메르츠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는 최근 산유량을 늘리지 않은 국가들간 합의”라며 “이란과 이라크가 합의에 동참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전비용으로 이미 국가 재정이 바닥난 이라크와 지난달 금융제재 해제로 원유 수출량을 늘리기 시작한 이란이 이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5번째 산유국인 이란은 올해 안에 일일 생산량을 100만 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유가에 상관없이 시장 점유율을 금융제재 해제 이전 수준으로까지 늘린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당장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자국 샤나통신에 “지금 중요한 문제는 첫째 공급 과잉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이란이 타당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산유량 동결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동결 합의와 관련해 (이란이 동참할 수 있도록) 이란에 특별한 제안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② 통제권 밖에 있는 미국 셰일업체=저유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공급과잉 해결이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최근의 공급과잉은 통제권 밖에 있는 미국 셰일업체의 생산량 증가도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인해 석유수요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큰 것도 문제다. 러시아와 사우디 등이 어떻게 해서든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고 과잉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진=게티이미지]

③ 신(新)냉전…종교ㆍ정치적 냉전=사우디, 이란, 러시아가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관계에 있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1999년 석유외교 당시만 해도 사우디와 이란간 관계는 보기 드물게 해빙기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양국은 지난달 시아파 대 수니파간 종교갈등으로 외교단절이라는 극한 상황으로까지 갔다. 게다가 시리아와 예멘에서 총구를 겨누는 등 신(新)냉전 체제에 갇혀 있는 상태다.

러시아와 사우디간 관계 역시 시리아 사태 해법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연일 시리아에 대한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고, 사우디는 범국제적인 정치적 협상이 실패하면 아사드 정권을 무력으로라도 축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④ 현금 쌓아놓은 사우디…6000억 달러 넘는 외환보유고=저유가로 인해 국가 재정이 파산상태에 이른 다른 산유국과 달리 사우디는 상대적으로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점도 향후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999년 석유외교 당시 사우디의 외환보유고는 250만 달러에 불과했으며, 부채규모가 국내총생산(GDP)과 맞먹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20달러대까지 떨어진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의 외환보유고는 6000만 달러를 넘는다. 게다가 부채 규모도 GDP의 10%에 불과해 2년 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급할게 없는 사우디로선 언제든 회담장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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