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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의 자격] “꽃 키울 때도 공부하는데 자녀 양육은 왜 자기 마음대로죠?”
[헤럴드경제(시흥)=박혜림 기자] “한 번도 부모가 되본 적 없는 사람들이 첫 아이를 낳고 그냥 부모가 돼요. 미숙한 만큼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도 자기 방식대로 아이를 키우죠. 아이는 나와 또 다른 인격체라 잘 살펴보고 그 때 그 때 적절한 방식으로 양육을 해야 해요. 꽃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셈이죠.”

훈육을 하겠다며 자녀를 폭행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이른바 ‘부천 초등생 토막 유기 사건’, ‘부천 목사 부부 살인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고성에서 또 한 번 친모(親母)가 7살 난 딸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에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최근 우리 사회에 부모의 자격에 대해 생각할거리를 던지는 끔찍한 사건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16일 경기도 시흥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부모 교실’이 열렸다. 오전 10시, 평일이고 다소 이른 시간에 열린 가운데 눈까지 내려 교통편이 불편한 상황이었음에도 30~40대 부모 10여명이 참석해 강의의 인기를 짐작케 했다.

17일 경기 시흥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부모 교실이 열렸다. 이날 강의자로 나선 양경아 부모 교실 청동거울 대표는 "자녀를 올바르게 양육하고 훈육하기 위해선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며, "'부모의 감정 조절'이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시흥=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이날 강의자로 나선 양경아 부모교실 청동거울 대표는 “자녀를 올바르게 양육하고 훈육하기 위해선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며, “‘부모의 감정 조절’이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양 대표는 “훈육시 가장 중요한 건 일관성”이라면서 “일단 아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한 뒤 이런 기준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감정에 따라 기준이 흔들리게 되면 아이도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화를 낼 때에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양 대표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화를 내는지를 단계별로 인지하고 이를 일상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분노가 1~3단계로 나뉜다고 가정할 때 지금 아이에게 느끼는 분노가 3단계라면, 일단 모든 화를 멈추고 아이의 감정을 읽은 뒤, 자신의 욕구를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부모의 감정 조절이 ‘열쇠’인 셈이다. 실제 아동학대의 상당수는 부모가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며 벌어진다. 목사 부부가 막내 딸을 살해한 것도 이들 부부가 분노를 이기지 못해 아이를 5시간 가량 폭행하면서였다.

양 대표는 “부모 교육이 활성화하면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우리 교실을 방문하는 이들 중에서도 상담까지 하는 부모가 10%도 채 안 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찾아가는 상담 등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놀이 치료 등을 통해 아이를 변화시켜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시흥=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1살 아들과 8살 딸을 키우는 주부 유인숙(41) 씨는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내 기분만 앞세워 말하다 보면 나도 아이도 화가 나고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운을 떼며, “감정수업을 듣고 난 뒤부턴 ‘네가 짜증이 났구나 ’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말하게 됐고, 아이도 덩달아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7살 아들을 키우는 주부 남귤희(35) 씨도 “부모 교육을 통해 부모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았다”며, “감정을 발산할 때에도 참고 한 템포 쉬는 걸 습관화하다보니 아이는 물론 남편과의 다툼도 줄어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 씨는 “요즘 많은 예비부모들이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데, (유경험자로서) 교육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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