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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신라의 손맛기부…그 조그만 식당이 맛집으로‘북적’
맛있는 제주 만들기’ 프로젝트 2주년
셰프들 참여 영세식당 재기발판 마련
13호점까지 확대…사회공헌 모델 정착
양념장 비법·특화조리법 아낌없이 전수
직거래로 식재료 단가 낮춰 가성비 ‘굿’
지역맛집으로 각광…매출 3∼15배 껑충



지난 14일 낮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15분을 달려 도착한 ‘맛있는 제주만들기’ 6호점 ‘진미네식당’. 노형초등학교 부근의 작은 동네식당인 이곳은 주변에 관광지가 없어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26석의 자리는 손님들로 가득 찼다.

2014년 9월 호텔신라의‘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 6호점’으로 선정된 제주시 노형동의‘ 진미네식당’은 점심시간에도 이곳에는 대표메뉴인‘ 진미정식’과‘ 해물탕’을 먹으러 온 손님들로 가득했다. 아래 사진은 대표 메뉴인 해물탕.

제주도 토속음식인 돔베고기와 고등어구이, 계란말이 등으로 구성된 ‘진미정식’은 8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고 맛이 좋았다. 돔베고기는 엄나무와 커피콩으로 잡냄새를 없애,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맛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했다. 고등어구이는 평범해 보였지만, 비린 맛이 나지 않고 풍미가 살아 있었다.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박영준(36) 제주신라호텔 셰프는 “참기름과 식용유를 8대 2 비율로 섞어 붓으로 바른 뒤 고등어 뱃살부터 굽는 것이 맛의 비법”이라고 귀띔했다.

살아 꿈틀거리는 전복과 새우, 홍합, 조개 등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해물탕’도 이곳의 대표 메뉴다. 된장 베이스의 비법 양념장이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반값 해물탕’을 목표로 수산물 도매상과 직거래 방식을 도입해 식재료 단가를 낮추자 ‘가성비 좋은’ 해물탕으로 찾는 손님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번 왔던 손님이 두번, 세번 찾으면서 매출이 덩달아 늘고 있다. 이날 가족들과 식당을 찾은 김진성(가명ㆍ43)씨는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처음 왔는데, 정식과 해물탕 모두 푸짐하고 맛이 좋다”며 “공항과 가깝고, 넓은 주차장에 무료주차도 가능해 종종 들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 매출 10만~15만원이던 이곳은 지난 2014년 9월 호텔신라의 사회공헌활동인 ‘맛있는 제주만들기’ 6호점으로 재개장한 뒤 매출이 7배 이상 늘어났다.

재개장 전에는 정식과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 감자탕 등 메뉴가 8가지나 됐지만, 이를 ‘진미정식’과 ‘해물탕’ 위주로 대폭 줄여 식재료의 낭비를 막았다. 메뉴가 많다 보니 냉장고에서 썩어서 버려지는 식재료가 많아 재료비에서 나는 손실이 너무 크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개선책으로 호텔신라의 셰프들은 냉장고 관리법도 알려줬다. 비법 양념장과 특화된 조리법으로 맛을 살리고 직거래로 식재료 단가를 낮췄다. 실내 인테리어와 서비스 교육, 접시와 식당주인의 헤어, 의상까지 다 바꿨다.

식당주인 홍명효(50)씨는 “전혀 오지 않던 관광객이 지금은 전체 손님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18년 만에 처음으로 세금을 냈다”며 “지난해 봄에 왔던 중국 관광객이 가을에는 일본 관광객과 다시 찾아와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1998년 남편의 실직 후 이 식당을 열었지만, 2004년부터는 남편의 병환으로 혼자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맛있는 제주만들기’ 6호점으로 지정된 뒤 간이과세자에서 처음 일반과세자가 됐고, ‘잠재적 빈곤계층’으로 불리는 차상위계층에서 일반가구로 형편이 나아졌다. 그 덕분에 얼굴도 환해졌고, 헤어스타일과 옷차림도 한결 산뜻해졌다.


지난해 3월 ‘맛있는 제주만들기’ 9호점으로 재개장한 ‘해성도뚜리’도 대표 메뉴로 급부상한 ‘토마토짬뽕’이 평균 100그릇 이상 팔리며 연일 대박을 기록 중이다. 토마토짬뽕은 토마토소스에 생면을 넣어 부드러운 맛이 나게 했고, 직접 채취한 톳과 함께 황게와 새우가 통째로 들어가 맛과 영양,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했다. 이곳은 제주에서 경치가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애월 해안도로변, 올레길 16코스에 위치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호텔신라(대표이사 이부진)의 ‘맛있는 제주만들기’가 호텔 비즈니스의 새로운 롤 모델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올 2월에 2주년을 맞은 ‘맛있는 제주만들기’는 영세식당들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호텔신라가 보유한 조리법과 서비스 교육, 식당 시설, 내부 인터리어 등을 개선해 영세식당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지난 2014년 2월 1호점을 오픈한 뒤 현재 13호점까지 확대됐다. ‘맛있는 제주만들기’ 식당들은 제주도 지역 맛집으로 각광을 받으며 적게는 3배, 많게는 15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수혜 식당들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맛집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호텔신라가 ‘맛있는 제주만들기’에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한 식당의 인테리어 비용만 수천만원이 든다. 여기에다 서비스 교육과 조리법, 각종 시설에 대한 컨설팅 등 호텔신라 임직원들의 재능기부까지 포함하면 그 비용은 단순 수치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속적인 관리도 이어지고 있다. 영세한 식당을 단순히 컨설팅을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픈할 때와 2주 뒤, 분기별에 이어 1년 후에는 매월 호텔신라 셰프가 방문해 꾸준히 점검한다. 일관된 맛과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미스터리 쇼퍼 (Mystery Shopper)’를 수시로 보내 식당들의 상태를 꾸준히 모니터링 한다.

이 같은 사회공헌활동은 매출 증대를 통한 영세 상인들의 자립, 맛집 코스 부상에 따른 제주지역 관광 활성화, 식당주인들의 봉사활동으로 이어지면서 호텔 비즈니스의 새로운 상생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식당주인들은 자신들이 도움을 받아 재기에 성공한 만큼, 이를 자발적인 봉사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자신들이 배운 요리기법을 이용해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봉사를 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당 업주들에게 요리기법을 무상으로 전수해주는 식이다.

한편, 호텔신라는 ‘맛있는 제주만들기’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 ‘자원봉사자의 날’에 기업체로는 이례적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제주=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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