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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고용절벽 씁쓸한 현실] SKY 나와 ‘인삼녀<인턴만 세번 한 여자>’…이마저 행복하다?
인턴은 취준생의 ‘기본 스펙’
취업은커녕 ‘인턴 재수생’까지…


# 임모(27ㆍ여)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삼녀’로 통한다. 인삼녀는 ‘인턴만 세 번 한 여자’란 뜻이다. 임씨는 소위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 출신이지만 정규직 취업에 번번이 낙방하고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인턴만 하고 있다. 월급은 1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고 4대 보험은 꿈도 꾸기 힘들다. 임씨는 “취업은 안되는데 나이만 자꾸 먹으니까 압박을 받고 조급해져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임씨의 나이는 한국식 셈법으로 스물여덟살이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청년들이 아비규환에 빠졌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과 ‘인구론’(인문계의 90퍼센트가 논다), ‘인삼녀’ 등 청년 취업난과 관련한 웃지 못할 신조어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5%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 사실상의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11.6%로, 지난해 3월(11.8%)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박모(25ㆍ여)씨는 토익 975점에 유럽 교환학생 1년, 광고동아리 활동 등 각종 스펙을 쌓고도 지난해 졸업을 유예, 올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박씨는 신입 공채 면접에서 ‘직무 경험’을 묻는 경우가 많아 인턴을 시작했다. 박씨는 한 기업의 ‘채용 전제형’ 인턴에 합격했지만‘오전 9시~오후 6시 근무’라고 공고한 원칙과 달리 야근은 매일같이 이어졌다. 박씨는 “인턴 동기 20명 중 절반인 10명이 벌써 퇴사했다”며 본인 역시 곧 스스로 그만둘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사실 인턴으로 취업하는 것 조차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숙명여대 4학년에 재학중인 A씨는 ‘인턴 재수생’이다. 이번 겨울 방학 동안에도 인턴 지원을 위해 직무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자기소개서에 채울 내용을 준비했다. A씨 주변에는 인턴이라도 재수 삼수를 하는 취준생들이 많다. 인턴 경력이 신입 공채를 위한 하나의 ‘기본 스펙’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A씨는 “요즘에는 인턴도 신입 공채와 똑같이 서류와 필기 면접 전형까지 기본으로 보는데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취준생에게는 너무나 간절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석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정모(29)씨는 연구원이나 강사 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직상태다. 정씨는 “주변의 다른 석사들도 대부분 비정규 계약직으로 연구원 취업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인턴으로 취직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취업 문제는 점점 심각해져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며 “정부나 기업들이 ‘인턴’이 아니라 대졸자들의 바라는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고용할당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청년 일자리를 한시적으로라도 늘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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