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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VIP 세미나에 초코파이가 등장한 까닭은?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돈 지오반니’는 바람둥이로 유명했던 스페인 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입니다. 공연을 감상하면서 돈 지오반니가 어떻게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보면 더 즐기실 수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 공연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살롱콘서트홀에서 열린 한국씨티은행의 VIP 고객 대상 투자세미나에서 연출된 장면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은행들이 자산관리 사업을 확대하면서 ‘큰손’을 겨냥해 금융투자 세미나와 문화 콘텐츠를 결합하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열린 한국씨티은행의 VIP 고객 대상 문화세미나의 한 장면. [사진제공=한국씨티은행]

한국SC은행은 2014년부터 우수고객 대상으로 투자전략을 설명하는 인터내셔널 자산관리 포럼에 샌드아트나 뮤지컬 등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SC은행의 문화행사 복합 금융세미나는 2014년 5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47회(총 6110명 참석)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는 이미 11회(총 1202명 참석)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은행도 2013년부터 VIP 고객 대상 투자설명회에 문화 콘텐츠를 접목한 문화세미나를 운영하고 있다. 와인 테이스팅, 반 고흐 음악회, 미술 강의 등을 연 5~6회 진행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전자 블루스퀘어홀에서 열린 한국SC은행의 인터내셔널 자산관리 포럼. 이날 행사에서는 SC은행의 글로벌 시장 전망, 투자전략과 함께 뮤지컬 ‘엘리자벳’ 공연이 선보여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진제공=한국SC은행]

올해는 지난 3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씨티골드(2억원 이상) 및 CPC(10억원 이상) 등 고액 자산가 고객 100여명을 초청해 문화세미나를 개최했다. 17일 세미나에서는 글로벌 시장 전망과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한 설명이 30분 정도 이어진 뒤 오페라와 가곡 등의 공연이 꾸며졌다. 오페라 ‘돈 지오반니’의 이중창 ‘우리 손을 맞잡고’ 공연에서는 바람둥이 역할을 맡은 남성 성악가가 여성 성악가에게 초코파이 박스와 신용카드를 건네는 장면을 연기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고객은 “다른 증권사, 은행 세미나를 다녀봤지만, 호텔에서 밥을 먹으며 딱딱한 프리젠테이션을 듣는 게 전부였다”면서 “유쾌한 분위기에서 시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음악까지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외국계 은행들이 이처럼 금융과 문화를 결합한 세미나를 선보이고 있는 것은 큰손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VIP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한 성악 공연이 투자세미나에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산관리 사업이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VIP 고객 대상 특화 세미나를 제공하려는 은행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민구 씨티은행 자산관리상품부장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다른 은행들도 고객 자산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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