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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제2 이한영 막아라”…19년전 北암살 김정은 친인척
1997년 北공작원에 살해돼…警, 주요 탈북인사 경호 강화
고영환 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인력 4배 늘려 밀착 경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에 ‘외출 자제’도 당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북한의 대남 후방 테러 위협이 커져 경찰이 주요 탈북 인사의 신변 경호를 부쩍 강화했다. 19년 전 북한이 살해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친인척인 이한영<사진> 씨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19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계기로 주요 탈북민 경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호 강화 조치는 주요 탈북인사 테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대남 테러 역량 결집을 지시했고, 대남 공작 총괄 기구인 정찰총국이 이를 준비한다고 보고했다. 특히 북한이 우리나라에 공작원을 침투시켜 “탈북민 중 북한 내부 사정이나 정보에 밝은 이들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호 인력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 망명했다가 1997년 2월 북한 공작원에 의해 암살당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이한영 씨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다. 본명이 리일남인 이씨는 1982년 9월 스위스 제네바 주재 한국 대사관에 귀순 의사를 밝힌 뒤 프랑스, 벨기에, 서독, 필리핀을 거치는 ‘첩보 작전’ 끝에 우리나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씨는 ’대한민국에 영원히 정착하겠다‘며 이름을 한영(韓永)으로 고쳤지만, 늘 불안 속에서 살다 술에 빠졌다. 집을 담보로 융자받은 돈을 술 마시는 데 탕진할 정도였다. 생활고에 빠진 이씨는 결국 북한의 정보를 팔기 위해 언론에 등장했고, 주말 측근 파티 등 북한 고위층의 사생활을 폭로한 ’김정일 로열 패밀리‘라는 책까지 펴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 등 북한 고위층의 진노를 샀고, 자신의 신분마저 노출되면서 위기에 빠졌다.

결국 1997년 2월 이씨의 경기 성남 분당의 한 아파트 엘레베이터 앞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총탄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 우리 나이로 불과 서른여덟 때의 일이었다. 그는 의식을 잃기 전까지 내뱉었던 말은 “간첩”이었다.

경찰은 주요 탈북 인사를 암살당할 수 있는 가능성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 관리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1991년 한국으로 망명한 고영환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의 경호 수위는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정보당국이 북한의 암살 지령 첩보를 입수해서다.

경찰은 지난달 중순부터 평상시 2명이던 경호 인력을 4배인 8명으로 늘리고, 중무장을 한 채 24시간 밀착 경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 부원장은 “경찰로부터 구체적인 (암살) 첩보가 입수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도 경호가 강화됐다. 예전에는 50대 보안과 경찰관 6명이 경호를 담당했는데, 이달 초부터 훨씬 젊은경호인력으로 바뀌었다. 그는 평소 휴대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살해 위협을 자주 받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아내와 아들까지 죽이겠다는 협박뿐 아니라 쥐나 비둘기 사체도 소포로 받았다는 게 박 대표의 전언이다.

박 대표는 “무슨 첩보를 입수했는지 열흘 정도 전부터 경찰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안다. 나에게 최대한 외출이나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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