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면에서 홍설은 백인호(서강준)에게 “그 쪽이 걱정되는데 어떡해요” “나에게 백인호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힘들면 나와 우리 가족이 도와줄께요”라는 연타성 멘트로 어장관리녀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홍설이 인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한 셈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정설커플(유정+홍설)이 있었고, 한 남자(인호)는 홍설을 좋아하지만 표현을 하지 않았다. 인호의 감정 표현도 홍설이 없는 유정과의 놀이터 격투신에서야 나왔다. 임자 있는 여자를 어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설쪽에서 인호를 좋다고 말하니, 이건 본격적인 삼각관계의 시작이 돼버렸다. 이 삼각관계에서 벌어질 두 남자의 행보에도 살짝 걱정이 앞선다.
‘치인트’가 신선했던 것은 기존 로맨스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멜로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랑과 결혼의 장애요소로 시어머니 될 사람의 반대나 불치병이 제시되지 않고, 영곤을 비롯한 각종 캠퍼스 진상들이 홍설과 유정의 관계를 흐트려놓곤 했다.
유정과 홍설은 서로 공개적인 연인 관계다. 그럼 인호와 홍설은 어떤 관계인가. 홍설은 인호의 공부를 봐주는 관계이고, 인호는 홍설과 사귀지 않으면서 그녀를 잘 챙겨주는 관계다.
홍설이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관계를 유지시킬 자신이 있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그럴 자신이 없었다면, 유정 선배의 말대로 인호와 떨어졌어야 한다.
그런데 홍설은 유정 선배와 사귀면서 백인호라는 남자에 대해 자문했다. “힘들때 내 옆에 있어주던 사람인데, 유정선배 때문에 (인호를) 내쳐도 되는건가?”
이건 유정과 사귀는 홍설이 인호도 옆에 두고, 그래서 두 남자가 사랑싸움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웹툰 원작에서 홍설은 단호한 면이 있는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인데 반해 드라마의 홍설은 확고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유정과 인호, 홍설 모두 상처를 지니고 있는데, 그 상처가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는 하다. 유정은 얼음장같이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숨기고, 인호 또한 학창시절 유정과의 악연으로 인해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상처속에 살고 있다. 홍설도 공부도 잘하고 의욕도 넘치지만,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풀지 못하고 있다.
홍설과 유정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내면의 상처를 지닌 유정 선배를 안은 홍설의 모습이 치유 효과를 줄 것 같은 느낌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드라마의 메인남주와 서브남주는 멜로의 운명이 갈리게 돼있다. ‘치인트’에서는 서브남주 서강준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보는 분량이 메인남주를 넘어섰다. 그러다보니 결국 삼각관계 형태로까지 왔다. 이 구도가 ‘쿨’ 하지 못하고 질척대는 기존 멜로물의 삼각관계로는 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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