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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후<태양의 후예>신드롬’ 판타지로 도피하는 대한민국 후예들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최악의 취업난, 불안한 미래와 노후…. 무엇하나 믿고 기댈 데 없는 요즘이다. 청년들은 ‘헬조선’ ‘흙수저’라는 신조어에 자신의 처지를 빗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을 어루만져주는 것은 바로 TV 드라마 속 ‘판타지’다. 지난달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판타지로 감동을 안기며 케이블TV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다. 그 바통을 이번에 KBS2 TV 수목극 ‘태양의 후예’가 이어 받았다. 시청률 30%를 넘보는 ‘태양의 후예’의 신드롬급 인기에는 고단한 현실을 잊고 판타지에 빠지고 싶은 대중의 욕구가 한몫하고 있다. 팍팍한 세상을 살고 있는 이들이 현실에 전혀 없을 듯한 TV 속 이야기에서 위안을 얻는 것이다.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는 내가 쓴 드라마중 최고의 판타지가 될 것이다. 자기 일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무거운 이야기다. 누구나 그렇게 해야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최고의 판타지가 될 듯 하다”고 말했다.


우월한 비주얼의 ‘송송 커플’ 송중기-송혜교라는 특급조합 자체가 판타지다. 비주얼의 판타지에, 송중기가 연기하는 특전사 대위인 유시진이라는 인물의 판타지, 이 군인이 연기하는 멜로의 판타지가 다 들어가 있다. 어릴 때 하던 남자들의 전쟁놀이, 여자들의 병원놀이 판타지 연장선에서 볼 수도 있다.

‘태양의 후예’는 멜로지만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캔디 또는 신데렐라, 이를 구원해주는 재벌 2,3세가 나와 철없는 대화나 나누며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펼치지 않는다. 이들이 서 있는 공간은 전쟁이 일어나는 분쟁지역이다. 사람이 죽어나갈 수도 있다. 가상의 분쟁지역인 우르크에서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시작된 장면부터가 지뢰를 소재로 했다. 유시진은 분쟁지역에 파병돼 사람을 구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중대장이고, 여자 주인공 강모연은 그곳 병원에서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다. 응급환자인 아랍의 VIP를 총으로 대치하는 상태에서 수술하기도 한다. 그 공간속의 아이들을 만나는 등 무거운 국제 사회 문제를 쥐고 가면서, 긴박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가치(휴머니즘)를 생각하게 한다.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은 대중들의‘있어빌리티’ 욕망도 충족시켜준다.

이처럼 무거운 공간에서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김은숙 작가는 신선하고 감각적이고 오글거리는 대사를 자주 사용해 무거울 수 있는 드라마를 경쾌하고, 보기 쉽게 만들고 있다. 멜로의 판타지도 잘 잡혀 있다. 3각, 4각관계가 아니라 처음부터 두 개의 명확한 러브라인으로 출발했다. 하나는 남자 장교와 여의사, 또 하나는 서대영 상사(진구)와 특전사령관의 딸인 군의관 윤명주 중위(김지원) 조합이다. 계급이 높은 윤명주가 사랑에 있어서는 부하인 진구에게 쩔쩔 매는 이 관계도 무척 흥미롭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이 점만 봐도 대중이 원하는 멜로의 판타지와 계급성을 모두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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