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등에 따르면 이달 5일 베이징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한국 입법기구 격ㆍ이하 전인대), 그리고 3일부터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국정자문역ㆍ이하 정협)엔 총 5026명이 참석했다. 지역ㆍ각종 당 조직 등을 대표해 모인 이들 중 개인자산 3700억원(20억위안) 이상인 부호는 218명이다. 올해 들어 200명을 넘겼다.
이처럼 ‘전국구 정치인’자격을 갖춘 부자는 4년 째 느는 추세다. 2013년(160명) 대비 36%가량 증가했다.
그렇다 보니 매년 3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몰리는 부자들 자산합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18명 가운데 개인자산이 2년 연속 확인된 195명은 1년 간 56조7000억원(3057억위안) 을 불렸다.
중앙정치에 몸 담은 부호 1인 당 평균 자산규모는 2조9400억원(158억6000만위안)이다. 1년 6개월여 간 11%가량 증가했다. 이는 중국 성인 1인당 평균 자산의 증가속도를 갑절 가까이 앞지른 수치다.
크레딧 스위스가 지난해 10월 작성한 ‘글로벌 부 데이터’에 따르면 이 나라 성인 인구 10억1353만명의 평균 자산은 2716만원(14만6400위안) 정도로, 지난 1년 여 간 5.9%(152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 뿐 아니다. 붉은 부자들의 부는 나라 전체로 볼 때 상당히 집중된 편이지만, 상응하는 ‘기여도’는 그에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국가통계국 등에 따르면 양회에 참석한 부자들 자산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7%로 집계됐다. 부자 218명이 인구 13억6800만명인 나라의 국부(國富) 5%가까이를 차지한 셈이다.
그러나 이들이 책임진 고용은 한줌에 불과하다. 후룬(胡潤)연구소는 이번 양회에 참석한 중국 부호를 포함, 부자리스트에 오른 기업가 1877명이 1000만명 가량을 고용해 중국 전체 취업자의 1.3%를 점한다고 집계한 바 있다. 참고로 양회에 참석한 부자 기업가 210여명은 1877명의 12%수준이다. 그들이 거느린 직원 수는 1000만명에 훨씬 못 미친다.
국가 재정에 이들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의문이다. 연구소는 대륙부자 1877명이 중국 국가세수의 4%를 책임진다고 분석했다. 붉은 부자들의 재정수입 기여도가 4%를 한참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아울러 양회에 참석한 부호 상당수는 식료품ㆍ가전ㆍ자동차ㆍ중화학 등 제조업 관련 회사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굴뚝산업’ 종사자는 70명으로 집계돼 전체 32%를 차지했다. 또한 현재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철강ㆍ석탄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부호도 14명이 속해있다. 부동산ㆍ건설분야에서 부를 일군 이들도 48명으로 조사됐다.
결국 사업상 공산당과의 관계가 원만해야 하거나, 과거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들이 정치에 몸 담은 부자 60%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제약ㆍ바이오산업이나 ITㆍ정보통신 등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는 산업에 몸 담은 붉은 부자는 42명(1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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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