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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왜 이끌리나
성경에는 신이 인간을 창조하고 그 결과를 흡족하게 여기는 대목이 있다.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는 구절. 신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세상에 만들어낸 이는 자신의 피조물을 어여삐 여기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서로를 지독하게 저주하는 경우도 있다. “교만한 창조주여, 내가 겪은 불행을 그대로 돌려주리라”는 원망으로 가득한 이야기 ‘프랑켄슈타인’이다.

단두대에서 잘려나간 얼굴 아래 다른 몸을 접합해 만든 생명체. 엄청난 괴력으로 곰마저 맨손으로 때려잡는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2014년 제작돼 현재 재연 중인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개막 10주 만에 100억 매출 달성, 누적 관객 20만명 돌파 등 공연계에서 그야말로 괴물 같은 성적을 거두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흔히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하면 얼굴에 나사가 박힌 험상궂은 괴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그 이름은 괴물을 만들어낸 박사의 것이다. SF 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영국 작가 메리 셸리의 작품(1818)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생명을 창조해내는 과정과 그렇게 만들어낸 생명체에게 복수 당하는 과정을 그린다.

라이선스 뮤지컬에 뒤지지 않는 탄탄한 스토리와 극적인 음악, 화려한 무대 등 ‘프랑켄슈타인’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많다. 그러나 관객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괴기스러운 캐릭터 ‘괴물’이 아닐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괴물, 악마, 귀신, 유령, 외계인 등 ‘나와 다른 존재’에 관심을 갖는다. 무섭고 두렵지만 동시에 너무나 궁금하고 알고 싶은 존재는 무대 위에서도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괴물’은 인간에게 어떤 감정들을 불러일으킬까. 먼저 ‘경이감’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보여주며 비현실적인 세계로 이끈다. ‘프랑켄슈타인’ 속 박사가 시체 이것저것을 접합해 만들어낸 창조물이 다시 생명을 얻고 몸을 꿈틀거리는 모습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놀라움을 준다. 괴물은 ‘황홀감’도 주는데, 비(非)현실을 넘어 초(超)현실의 세계까지 넘보기 때문이다.

짐승에 가까웠던 괴물이 인간의 말을 하고 감정을 이해한 뒤, 차가운 세상에 자신을 홀로 버려둔 창조주를 북극으로 불러내 복수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세상의 끝에서 복수의 칼날을 꽂는 괴물의 모습은 처연해서 아름답기까지하다.

물론 괴물이 주는 가장 큰 감정은 ‘공포감’이다. 목과 팔다리에 선명하게 남은 꿰맨 자국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자아낸다. 더욱이 인간보다 훨씬 더 힘세고 영리한 괴물은 비정상적인, 탈(脫)현실의 것이기에 두려움을 안긴다.

그러나 공연을 다 보고 나오면 ‘진짜 괴물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안게 된다. 비현실, 초현실, 탈현실적인 괴물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묵직한 메시지까지 안은 괴물 같은 창작 뮤지컬은 지금도 기록 경신 중이다.

[뉴스컬처=양승희 편집장/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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