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SNS 詩 돌풍…작가들,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네
하상욱·최대호·이환천·글배우 등 10여명일상 소재바탕 임팩트있게 담아내 인기기발·위트·반전, 디지털세대 감성 어필페북등 전방위 소통에 새 詩문화 자리매김
하상욱·최대호·이환천·글배우 등 10여명
일상 소재바탕 임팩트있게 담아내 인기
기발·위트·반전, 디지털세대 감성 어필
페북등 전방위 소통에 새 詩문화 자리매김



‘서울시’ 23만부, 페이스북 친구 24만명….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SNS시인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수치다.

하상욱의 시집 ’서울시‘는 23만부가 판매됐다. 출간된지 3년이 지났는데도 매달 1000권씩 독자들이 찾고 있다. 문단의 내로라 하는 시인들이 무색할 정도다. 훈남 외모를 자랑하는 20대 시인 글배우는 페이스북 친구가 24만여명으로 아이돌급이다.

글 하나 올리면 ‘좋아요’가 10만, 댓글이 5000개가 붙는다. 쉽고 재미있는 SNS시가 디지털시대 감성의 통로가 되고 있다.


▶몸값 뛴 SNS시인=“매일 좋은 사람만 만날 순 없지만/좋은 사람과 매일 만날 순 있지”(‘너희같은’) .

요즘 10대들의 SNS에서 인기있는 최대호 시인의 ’너희같은‘이란 시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10대들은 좋은 친구 만나기를 바라며 이 시를 공유하고 있다.

“‘가끔씩은 우리 마음에도/번호표가 필요한 것 같다.//처리할 감정이/너무나도 많아서/여유를 잊게 되니까 말이야.”(‘번호표’)

조성용 시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가 있는 ‘번호표’란 시 아래에는 ’좋아요‘가 4000개가 넘는다.

시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온 10대들이 시에 빠진건 바로 SNS시의 공감력때문이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한 시에 20,30대는 물론 10대까지 시를 즐기며 나누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SNS시인은 현재 10여명에 달한다. 원조격인 하상욱 시인을 비롯, 최대호, 글배우, 이환천, 김수안, 조성용 등 2030 작가들이다.

하상욱 시인은 ‘담배각’ 시인으로도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해야 되는데/해야 했는데”(‘효도’) “착하게 살았는데/우리가 왜 이곳에”(‘지옥철’) 같은 촌철살인적 단편으로 웃음과 여운을 선사해왔다.

2013년 출간된 시집 하 시인의 ‘서울시’는 1,2권 합쳐 무려 23만부가 나갔다. 1000부도 팔리기 어려운 현재 출판계에서 초베스트셀러인 셈이다. ‘서울시’는 지금도 매달 1000부씩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출간된 ‘시 읽는 밤’은 벌써 6만부가 나갔다. 한 달에 1만부 이상 판매된 셈이다.

최대호 시인의 ‘읽어보시집’과 ‘이 시 봐라’, 글배우 시인의 ‘걱정하지 마라’(2015.10) ‘신호등처럼’(2016.01), 이환천 시인의 ‘문학 살롱’(2015.05), 김수안의 ‘십상시’(2015.09)등도 사랑을 받고 있다.

SNS시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이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하상욱 시인은 JTBC 예능 ‘비정상회담’, MBC예능 ‘무한도전’ 등에 출연,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소속 아티스트이기도 한 하 씨는 ‘회사는 가야지’ ‘축의금’ 2장의 앨범을 내고 인디밴드들과 여러차례 공연을 갖기도 했다.

이환천 시인은 JTBC 인기 예능 ‘SNL 코리아’의 작가로 스카우트돼 활동하고 있다. 기업들과의 콜라보, 강연 등도 이어지면서 종래 ‘먹고 살기 힘들다’는 시인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SNS시 성공공식,위로+재미=SNS시의 특징은 무엇보다 누구나 ‘내 얘기 같다’고 느끼는데 있다. 연인, 가족, 인간관계, 취업, 사랑 등 일상에서 누구나 고민하고겪는 일들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처입은 마음을 감성적인 언어로 토닥여 주는 위로의 말은 젊은층의 반향이 크다.

공감의 언어 위에 반전은 필수다. 우울한 현실을 시원하게 벗어나는 반전의 묘미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게 SNS시의 묘미다. 한편으론 말장난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웃음과 통쾌함에 독자들은 ‘추천하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를 실어나르고 있다.

가령 하상욱 시인의 시 ‘퇴사’(“매일 널 꿈꾸고//매일 널 외면해”)과 ‘마트 계산줄’(“옮겨 봐야//그게 그거”), 최대호 시인의 ‘그 말’(“옷도 사 주고/좋은 음식도 사 주고/집까지 데려다 주길래/사랑한다고 한번 말해 봤다.//그 말을 들을지 예상하지도 못했는지/살짝 눈물을 보였다.//엄마가.”)등은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환천 시인의 ‘월요일’이란 시도 웃음을 자아낸다. “토일요일/자기들이/미친듯이/놀아놓고//내가뭐를/어쨌길래/뭐만하면/내탓이고”.

기존 시와 형식과 내용에서 판이하게 다른 SNS시의 또 다른 특징은 당당한 ‘B급정서’.

가령 이환천 시인의 ‘돈’(“내 애인은/돈과 같다//없다가도/없으니까”)처럼 돈과 사랑의 통속성을 전면에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SNS시인들은 이런 시를 어떻게 구상할까.

시인 글배우씨는 기억이 묻은 장소를 찾아간다고 말한다. 의류사업을 했을 때 사무실 근처나 거래처, 자주 가는 밥집, 첫 목표 매출액을 넘었을 때 회식장소, 힘들 때 자주 갔던 술집 등 추억이 남아있는 장소들이다.

여기서 탄생한 시가 ‘힘들어하는 나를’(“싸워사 이기려만 했네/안아서 다독여 줄 것을”), ‘아무것도 늦지 않았다’(“빛을 보기엔 늦었다길래 창밖을 보니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늦었구나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달빛은 이제 시작이구나”) 등이다.

쉽고 재미있는 시에 대한 고민과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한 전방위 소통을 통해 SNS시가 우리시대 새로운 시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