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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채굴기 팔아요”…가상화폐 광풍에 그래픽카드 사기도 ‘급증’
-코인 채굴용 부품 인터넷 사기 빈번
-관련 피해 신고 건수도 매달 증가세
-채굴에 썼던 폐품 새것처럼 둔갑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경기 성남시의 한 IT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노모(29) 씨는 얼마 전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있는 가상화폐 채굴기를 구입하려다 낭패를 봤다. 급한 마음에 싼값에 팔겠다는 판매자의 말만 믿다 전형적인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에 당한 것이다.

노 씨는 지난달 중순께 최근 구하기 어려웠던 최신형 그래픽카드가 6개 장착된 채굴기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고, 구매 글을 본 판매자가 노 씨에게 접근했다. “최근 운영하던 채굴장이 망하면서 싼값에 내놓게 됐다”는 판매자의 말에 노 씨는 의심 없이 200여만원을 보냈고, 판매자는 돈을 받자 종적을 감췄다. 결국, 노 씨는 이달 초 해당 판매자를 잡아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요즘 채굴장이 망하면서 싼값에 그래픽카드가 풀린다는 말을 자주 들어 의심하지 않았다”며 “이를 노린 사기에 당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이처럼 가상화폐 광풍이 이어지면서 덩달아 값이 오른 그래픽카드 등을 두고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해액이 크고 사기사례가 늘면서 피해자들이 모여 직접 범인을 잡겠다고 나서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26일 인터넷 사기피해예방 사이트인 더치트에 따르면 이달에 집계된 컴퓨터 부품 관련 사기 피해 집계 건수는 489건에 달한다. 이중 상당수 피해 품목은 그래픽카드로 집계 건수는 최근 몇 달 새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8월 260건에 불과했던 컴퓨터 부품 관련 사기 피해 건수는 지난해 9월에는 278건, 10월에는 399건까지 증가했다. 지난달에 신고된 피해 건수도 449건으로 매달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카드 관련 사기가 늘어나는 데에는 가상화폐 영향이 크다. 채굴을 위해서는 고가의 그래픽카드를 채굴기 당 적게는 4개에서 6개씩 꽂아야 하는데, 채굴기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채굴에 좋다는 특정 그래픽카드 제품은 몇 달째 시장에서 구경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 때문에 새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채굴 사업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중고 제품을 대량으로 거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 가상화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그래픽카드 사기꾼을 직접 잡겠다’는 글이 올라와 호응을 얻기도 했다. 가상화폐 채굴용 그래픽카드를 판다고 접근하는 수법으로 20여 명의 피해자를 만든 전문 사기꾼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는 글에 같은 피해자들은 “직접 잡겠다”며 용의자의 연락처와 계좌 정보 등을 공유했다. 일부 피해자는 용의자의 집 주소를 그대로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채굴기 사기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채굴에 쓰였던 폐 그래픽카드를 이용한 사기도 늘고 있다. 대부분 장시간 사용해 성능이 떨어지는 그래픽카드를 새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식이다. 실제로 중고거래 피해 신고 사이트에는 “채굴에 쓰인 것 같은 그래픽카드를 보내왔다”는 내용의 신고가 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래 사용해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물건을 새것처럼 속여 비싼 값에 파는 행위는 사기에 해당될 수 있다”며 “사기 피해를 봤다고 의심될 때에는 경찰 등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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