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고평가’ 논란 넘은 엔지켐생명과학…‘코넥스 바이오’ 힘 받나
-시초가 8만7000원…공모가 55% 상회
-“과도한 할인 막는 금융위 ‘증발공 규정’…바이오벤처에 호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엔지켐생명과학이 공모가를 50% 이상 웃도는 시초가를 기록했다. 증권신고서를 새로 발행하면서까지 공모가를 높여 고평가 논란이 일었으나, 적어도 데뷔 첫날에는 시장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고 응원을 받은 셈이다. 코스닥 이전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툴젠을 비롯해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바이오벤처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넥스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상장을 완료하고 거래를 개시한 엔지켐생명과학은 공모가(5만6000원)를 55% 이상웃돈 8만7000원의 시초가를 기록했다. 전날 엔지켐생명과학은 코넥스에서의 마지막 거래를 8만9000원으로 마쳤다. 초기ㆍ중소기업용 전용시장인 코넥스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큰 물’ 코스닥에서도 통한 셈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코스닥 데뷔 성적은 기업공개(IPO) 시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이번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실적은 부진해도 기술력과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를 활용했는데, 같은 절차를 밟아 상장한 신라젠, 바이로메드 등이 코스닥 시장에서 가파른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엔지켐생명과학은 수년간 코넥스 거래량 최상위에 머무르는 등 ’대장주(株)‘로 군림해 왔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3만원 선에 머무르던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는 이전상장이 임박해 오면서 9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문제는 엔지켐생명과학의 공모가를 두고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는 점이다. 당초 엔지켐생명과학은 공모가 희망밴드를 2만7000~3만7000원으로 정했으나, 코넥스 시장서의 주가가 이를 2배 이상 웃돌게 되면서 공모가 밴드를 4만5000~7만원으로 변경했다. 공모가가 기존 거래 가격보다 과도하게 저평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금융위원회 규정과 이를 준수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따르기 위함이었다. 금융위의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증발공)에 따르면 상장사가 일반공모 및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그 발행가액은 청약일 전 3~5거래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기준으로 일정 할인율을 적용하되, 그 할인율은 30% 이내로 제한된다. 이같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엔지켐생명과학은 공모가 산정에 활용되는 미래 예상 당기순이익을 기존 277억원(2020년 추정치)에서 331억원(2021년 추정치)로 높여 잡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행사 측과 주관사는 공모실패 부담을 느껴 기존 가격보다 낮게 공모가를 산정하려 하는데, 오히려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할 금감원이 나서 공모가를 높이는 꼴이 됐다”라며 “기존 주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차원이겠지만, 이보다는 공모에 참여할 불특정 다수에 대한 투자자 보호대책에 무게를 싣는 게 금융당국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엔지켐생명과학의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상회하면서, 금융위의 증발공 규정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벤처들에 힘을 실어줬다는 전망도 나온다. 거래량이 많은 코넥스 상장사의 경우, 무대를 코스닥으로 옮긴다 해서 기존 주가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업무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전상장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공모가 할인은 부당하다는 증발공 규정에 따라, 코넥스 시가가 암묵적인 코스닥 시가로 인정받게 됐다”라며 “코스닥 이전상장을 준비하는 코넥스 기업들에는 호재”라고 말했다.

코스닥 이전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인 코넥스 기업은 압도적으로 거래대금 1위를 기록 중인 툴젠이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유전체를 교정한 배양 세포와 실험동물을 생산ㆍ판매하는 이 업체는 내년 초 코스닥 이전을 목표로 두고 있다. 진단기기 전문업체인 지노믹트리도 주요 코스닥 바이오종목 후보군으로 꼽힌다. 지노믹트리는 지난해 벤처조합 ‘KB-솔리더스 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대상으로 70억원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hum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