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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에 뜬 ‘해상 LTE망’…배도 내비로 최적의 항로 찾는다
8월부터 e-내비 단말기 보급 사업
충돌 자동예측·안전 항로 등 제공
새 건조선박 의무…2023년 보편화
해양사고 30% 절감 효과 기대
세계 첫 도입…경제적 이익 창출도

해상 LTE망을 활용한 지능형 해상교통정보서비스가 우리나라 바다에서 세계 최초로 제공된다. 배도 자동차처럼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최적의 항로를 따라 운항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8월부터 e-내비게이션 단말기 보급 사업을 진행한다고 29일 밝혔다. 보급 사업은 연초부터 시작했지만 장비 생산이 8월부터 이뤄져 현장 보급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다.

첫 보급 사업인 만큼 무려 절반 가격으로 단말기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현재 예상 구입·설치 비용은 360만원이다. 여기서 정부 지원금 180만원이 정액으로 지원된다. 100만원대로 배에 첨단 기계를 설치할 기회인 셈이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혜택 기간은 오는 2022년까지 3년으로 제한된다. 선착순으로 총 1만5500척까지만 지원한다. 올해는 4000척에 지원하는 게 목표다. 여객선부터 유조선·예인선, 낚시어선 등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다만 3톤 미만, 선령 20년 이상, 원양어선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보급 사업을 기점으로 e-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내년부터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해수부는 2022년께 대부분 선박에 단말기 보급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내년 1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지능형 해상교통정보서비스법에 따라 새로 건조되는 선박은 의무적으로 e-내비게이션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동시에 기존 선박들은 정부의 지원 사업을 통해 새 단말기로 교체할 수 있다.

e-내비게이션은 각종 해양 안전정보를 디지털 기반으로 육상-선박 간 실시간 공유·활용하기 위한 ‘차세대 해양안전종합관리체계’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인적과실에 의한 해양사고 저감과 선박 및 항만의 효율 증진을 위해 지난 2014년에 채택한 시스템이다. 해수부는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한국형 e-내비게이션을 개발해왔다.

지상에서 사용되는 차량 내비게이션보다 훨씬 더 많은 기능이 있다. 선박의 GPS(위성항법장치) 플로터, V-Pass(어선 자동출입항신고 기능)를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충돌·좌초 등 위험 경보, 실시간 전자해도, 긴급 항행경보 등을 제공한다. 선내서 와이파이도 이용할 수 있고 선박과 선박 간, 선박과 육상기관 간 음성·화상 통신도 가능해진다. 선원들은 해상에서 보이스톡 전화(카카오톡 등) 및 인터넷 사용도 가능하다. 조난 등 긴급 SOS 신호도 전송할 수 있어 안전 운항에도 도움된다.

현재는 GPS 플로터, V-Pass, 상용 송수신기를 별도로 구매해 설치해야 한다. 비용도 e-내비게이션보다 훨씬 비싼 400만원 이상 소요된다. 실시간 전자해도, 음성·화상 통신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능도 제한적이다. 현재는 레이더, 종이해도, 극초단파 음성통신 등 아날로그 기술을 기반으로 운항되기 때문에 항해 중 운항자의 업무부담이 늘어나면서 인적과실에 의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해수부는 이러한 e-내비게이션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게 LTE-M(초고속 해상무선통신망)을 구축했다. 전국 연안에서 무려 100㎞ 떨어진 바다까지 평균 10Mbps 이상의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통신망이다. 평균 10Mbps의 통신 속도는 현재 선박용 데이터 통신장비인 ‘선박자동식별장치(AIS)’에 비해 약 1000배 빠른 속도이다.

지난 18일부터 실해역 시험에 들어갔다. 오는 8월까지 실해역 시험을 통해 LTE-M의 성능을 측정하고, 전국 연안의 기지국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한국정보통신협회를 통해 LTE-M의 통신품질을 검증할 예정이다.

이후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 LTE-M 전국망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시범운영을 통해 통신망을 최적화하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 2021년부터는 LTE-M을 본격 도입해 세계 최초로 e-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해수부는 전국 연안 263개소에 LTE-M 기지국과 망 운영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난해 12월에는 포항-울릉 간 LTE-M 실해역 시험을 통해 100㎞ 떨어진 해역까지 평균 10Mbps 이상의 통신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해수부는 e-내비게이션이 도입되면 선박 운항자가 안전운항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해양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내비게이션이 제공하는 충돌·좌초 자동 예측 경보, 최적 안전항로, 해양안전·기상 정보 등 기능은 안전운항에 크게 도움된다. 구체적으로는 2015년 2101건에 달한 해앙사고가 오는 2030년에는 1470건으로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해수부는 분석했다. 연간 인명피해 50명, 재산피해 390억원이 감소하는 효과다.

이번 e-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진행되는 만큼 향후 우리나라서 거둬들일 경제적 효과도 클 전망이다. 영국의 해양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분야 기술체계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형성되는 직간접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시장에만 한정하더라도 연간 30조원 규모다.

장기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기술 보편화에 주춧돌이 될 수 있다. LTE-M과 e-내비게이션은 스마트 물류, 자율운항 선박 등을 구축하는 데 기본 인프라 역할을 한다.

국내 해양정보 산업 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해상에서 사용하는 통신이 바뀌면서 발생한 선박 장비, 해양 정보에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만큼 노하우가 누적된다면 해외 진출할 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경수 기자

[해양수산부·헤럴드경제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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