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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경제 2021 컨슈머포럼]코로나가 가져온 압축적인 변화…내년엔 더 빨라진다
유통산업 오프라인→온라인 급속 전환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와 방향이 핵심
집·건강 관심 ↑…MZ세대가 주역으로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치 앞의 미래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기. 사회적인 혼란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가 가져올 소비 트렌드 변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생활 양식과 가치관뿐 아니라 근본적인 소비 행태가 변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21년은 유통·식품·패션 업체가 ‘위기를 기회로 살릴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결정할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세상이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시대로 나뉠 것이라고 예측한다.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온라인 유통 산업의 부상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됐던 유통 시장의 주도권 변화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됐다. 업계에선 “10년 동안 일어날 변화가 몇 달 새 압축적으로 벌어졌다”고 강조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사상 처음으로 14조원을 돌파했다. 12조원을 기록한 7월과 비교해 무려 1조원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매월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방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급격한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기민한 전략인 ‘피보팅(pivoting)’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보팅은 스포츠에서 중심축을 옮긴다는 뜻인데, 최근 경제 용어로 확장돼 사용되고 있다. 제품·전략·마케팅 등 모든 국면에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테스트해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가령 마블의 유니버스처럼 고객이 열광하는 팬덤을 만들고 세계관을 확장해 ‘고객 경험(CX·Customer eXperience)’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주거 공간의 의미도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집의 역할이 ‘포토샵’의 레이어처럼 여러 층위로 나뉘게 됐는데, 김 교수는 이를 ‘옴니레이어드 홈’이라고 부른다. 삶의 근거지로서 ‘레이어1’,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레이어2’, 집 근처에서 상품을 거래하는 ‘레이어3’ 등으로 역할이 세분화됐다. 집을 꾸미기 위한 리빙 상품, 집에서 시청할 수 있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집 주변에서 중고품을 사고파는 당근마켓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건강 관련 시장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올해 3월 의류 관리기·건조기·공기청정기 등 위생·클린 가전의 이용금액은 직전 3개월보다 각각 267%·42%·21%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운동 열풍도 지속되고 있다. 소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와 서핑이 대중 스포츠로 발전했고, 트레일 러닝·플로팅 요가 등이 등장했다. 건강 증진과 면역 강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을 뿐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자 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 변화를 주도할 세대로 MZ세대를 꼽았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생리를 잘 이해하는 세대로, 자신의 취향을 명확히 드러내며 욕망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 경제관념까지 투철해 주식·부동산과 같은 투자 상품을 발굴하는 데 적극적이다. 유튜브 재테크 채널을 통해 공부를 해 돈을 벌고, 자기 만족을 위해 고가 상품을 소비하는 ‘플렉스(flex)’ 문화를 즐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언젠가 코로나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만든 새로운 욕망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과제가 될 것이고 이에 주목하는 기업만이 ‘리부트(reboot)’의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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