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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재부 조직을 돌보아주세요”…업무과중 직원들 절절한 호소
내부 익명게시판 불만글 고조
매주 주말마다 회의·준비 작업
신설 TF만 12개…“업무 과부하”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내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향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주목된다. 유사한 회의 반복,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과중 등으로 실무 직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호소가 주종이다.

11일 기재부 내부 익명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9월 25일 올라온 ‘부총리님 주재 각종 회의’라는 글은 최근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 실무 직급의 공무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추석기간에 각종 간부회의를 잡은 덕분에 휴가, 추석 고향 방문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며 “해도 너무 한다”고 적었다. 그가 언급한 회의는 9월 27일 일요일 열린 정책점검 간부회의, 28일 월요일 확대간부회의, 10월 4일 일요일 현안점검 간부회의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서 쏟아지는 자료요구에 대응하면서 회의 준비까지 하라는 지시를 받아 업무에 과부화가 걸렸다는 불만이다.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오로지 위만 바라보고 아래는 죽든말든 신경 안 쓰고 있다”, “본인 안위를 위해 부하 직원을 부리는 거냐” 등의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홍 부총리가 추석을 앞두고 내부 직원들에게 쪽지를 보내며 “푹쉬고 재충전해달라”고 당부해놓고선 연휴 기간에 각종 회의를 잡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직원들은 홍 부총리가 취임한 이후 유사한 회의가 너무 많아졌다고 토로한다. 지난달 26일 올라온 ‘일일상황점검회의-1급 티타임-확대 간부회의’ 제목의 글은 “회의 차이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참석자는 부총리를 비롯한 주요 실국장으로 같은데 일요일, 월요일 연이틀 중복 개최를 해야 하냐는 불만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일요일에 회의가 있으면 토요일에도 출근해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홍 부총리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총 12개의 태스크포스(TF)를 신설, 운용 중이다. 인구정책 TF, 40대 일자리 TF, 바이오산업 혁신 TF 등이다. 여기에 기재부 소관 위원회만 25개에 달한다. 매주 일요일 오후에 간부회의도 열고 있다. 국제금융국·대외경제국·개발금융국 소속 사무관들은 돌아가며 매일 ‘세계 코로나19 확진 현황’ 보고서도 작성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매일 만들고 있지만 내부 보고용으로 재작성하는 것이다.

직원 사기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다. 4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한국판 뉴딜 작업으로 피로도가 중첩된 것이다. 지난 6월 26일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직원들을 돌아봐 주세요’ 글은 내부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성자는 “숨이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마음 속 울분이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로 환경부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실무진 자리는 올해 두 차례나 교체됐다. 돼지열병, 그린뉴딜 등 업무로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은 사무관 2명이 줄줄이 휴직을 신청한 영향이다.

승진 인사의 어려움도 누적됐다. 해외에 파견갔던 직원들이 복귀했지만 코로나19로 새로운 파견자들이 해외로 가지 못한 탓이다.

이러한 내부 불만에 대해 고위 간부들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 국장급 직원은 “홍 부총리는 예전부터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다만 올해는 코로나로 업무 지시가 더 많을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불만은 잘 알고 있다. 사기 진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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