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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CEP’ 한국경제에 처방전 되나…K-바이오 ‘기회의 시간’
5조4000억달러 규모 세계 최대 FTA
협상국에 바이오헬스 품목 추가 개방
국내 강점 의료기기 산업 수출 물꼬
일본·중국 큰 시장 진출 쉬워질 것 기대
낮은 무역장벽, 국가간 출혈경쟁은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 서명을 마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

한국이 ‘메가 FTA(자유무역협정)’라 불리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수출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수출 증가가 기대되는 가운데 바이오 산업 역시 수혜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또 한 번 ‘K-바이오’의 흥행 성공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역으로 경쟁이 이전보다 치열해질 거라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세계 인구·GDP의 30% 차지…5조 달러 규모의 무역 거래=한국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및 아세안 10개국(라오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미얀마,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총 15개 나라가 참여하는 RCEP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 서명에 앞서 참가국들은 2011년부터 RCEP 추진을 공식화하고 2012년부터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8년간 여러 차례 협상과 회의를 진행해 왔다.

RCEP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로 불릴 만큼 규모가 크다. 15개국의 총 인구는 22.6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30%에 달한다. 15개국의 국내 총생산(GDP) 규모는 약 26조3000억 달러(약 2경9000조원)로 세계 GDP의 30%를 차지한다. 이 협정으로 인한 무역 규모는 5조4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다만 한국에게 이번 협상은 수출입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큰 변화는 아니다. 한국은 이미 협상에 참여한 대부분의 국가들과 1대 1로 FTA를 맺고 있다. 이번 협정으로 기존 80% 정도였던 관세 철폐 수준이 90%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일본과는 첫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한국의 대규모 무역 협정 참여 소식에 경제 분야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한국의 RCEP 참여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상의는 “세계무역기구(WTO) 다자무역체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세안이 이끄는 세계 최대 FTA인 RCEP가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 시장 확대와 다변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RCEP에 참여한 아세안은 자동차·부품·철강 등 우리나라 핵심 품목뿐만 아니라 섬유·기계 부품 등 국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품목에 대해서도 추가로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바이오 업계 “수출 확대 기대”…“이전보다 경쟁 치열해질 것”=이 중 벤처기업이 많은 국내 바이오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바이오헬스 품목 등이 포함된 모든 공산품에 대한 시장이 FTA 협상국에서 추가로 개방됨에 따라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진출과 상호 교류, 협력 증대 및 수출의 활로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경제가 신음하고 있을 때 이번 RCEP 타결이 국내 경제를 살아나게 하고 더 큰 성장의 불씨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며 K-바이오가 그 중심에 서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RCEP를 통해 주변국과의 무역장벽이 낮아지면 특히 국내가 강점을 갖고 있는 의료기기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일본, 중국과 같은 큰 시장에 한국 바이오 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보다 쉬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벽을 낮춘 큰 시장이 열리는 만큼 이전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의약품 분야에서는 크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협정에 참여한 많은 국가의 제품들이 서로 선택을 받기 위해 품질을 높이면서 가격은 낮추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국내 바이오 산업의 수출이 증가하기도 하겠지만 역으로 태국·말레이시아와 같이 바이오 산업에서 부상 중인 새로운 나라들과 경쟁이 시작되는 면도 있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이번 협정을 기회이자 위기로 인식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관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시간이 절약되는 효과가 있겠지만 의약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국 규제기관의 허가 여부”라며 “이번 협정이 한국 바이오 산업, 특히 의약품 분야에 있어서는 크게 득이 되는 면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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