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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후엔 車종사자 25만명 실직…정부 대책은 ‘재취업 지원’뿐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문제는
30년 뒤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실행 땐
제조업 일자리도 최대 134만개 사라져
경유·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도 불가피
산업계·국민 눈덩이 추가 비용부담 ‘외면’

30년 뒤 탄소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급진적인 추진전략이 발표됐다. 하지만 정작 피해를 입는 산업이나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얘기는 몇 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사업재편과 재취업을 지원한다는 얘기 뿐이다.

7일 공개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보면 정부는 향후 탄소제로를 실현 과정에서 기업과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업체다. 전체 자동차 부품업체 중 31.4%인 2800개 업체가 산업구조 전환에 따라 폐업하거나 업종 전환을 해야 하는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업계 종사자 약 25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예정이다.

산업연구원은 2050년 탄소중립에 따라 제조업 부문 생산은 최대 44%, 고용은 최대 134만명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서둘러 추진하면서 나타나게 될 미래상이다. 우리나라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 7억톤(세계 7위)에서 30년 후 ‘0’으로 만들기 위해선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경유차는 판매 금지되고 무공해차만 탈 수 있다. 석탄 발전 비중은 0%로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현행 5%에서 65~80%로 높여야 한다.

점진적인 경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전기요금·난방비 등 공공요금도 순차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 산업계·국민의 비용 부담은 증가하고 일자리 감소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카드는 사업재편 촉진, 재취업 지원뿐이다. 26쪽에 달하는 탄소중립 추진전략 보고서 중 취약계층 보호 얘기는 한 페이지에 불과하다. 석탄발전·내연기관차 산업에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등을 지원해 신재생에너지·미래차 업종으로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이다. 노동자에겐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오히려 성과를 홍보하고 정부 조직을 늘리겠다는 내용이 주요하게 명시됐다. 탄소중립 홍보를 강화하고 캠페인을 펼치기 위해 내년에만 68억원의 예산을 쓸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신설한다.

정부가 올해 급하게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면서 정작 산업계나 국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부는 올 7월 한국판 그린뉴딜 수립을 계기로 탄소중립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만 장관급 회의를 3번이나 열고 탄소중립을 논의했다. 공론화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제조업 비중이 28.4%에 달해 유럽(16.4%), 미국(11.0%)에 훨씬 높다는 점, 석탄발전 비중 역시 40.4%로 일본(32%), 미국(24%) 등을 훨씬 웃돈다는 점을 고려해 조화로운 방안을 짰어야 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탄소제로는 지금까지 해온 기후대응과는 차원이 다른 목표”라며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목표인지 냉정하게 검토한 후 정교한 목표를 설정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손양훈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과학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 정치나 이념에 따라 탄소중립 목표가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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