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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벤처 신화 셀트리온 서정진…“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31일 회장직에서 물러나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20년만에 셀트리온을 ‘대표 바이오 기업’ 키워
퇴임 후 북유럽서 헬스케어 관련 벤처창업 계획
서정진(왼쪽)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인천 셀트리온 2공장을 방문한 정세균 총리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이 31일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국내에서 ‘바이오’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2000년대 초반 셀트리온을 세우고, 20년 만에 이 기업을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키워 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07년만해도 연매출 600억원대에 머물던 벤처 셀트리온은 2020년(1~3분기) 1조3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공룡 기업이 됐다. 20년 만에 K-바이오 성공 신화를 쓴 서 회장은 퇴임 후 처음처럼 벤처인의 자리로 돌아갈 예정이다.

▶척박한 바이오 산업 환경에서 ‘열정’ 하나로 도전=1983년 삼성전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서 회장은 1985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발탁돼 대우자동차 기획 일을 맡게 됐다. 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대우가 부도나자 서 회장은 기획실 직원 몇 명과 회사를 나와 2000년 벤처 기업 ‘넥솔’을 창업했다.

당시 서 회장과 함께 대우에서 나와 셀트리온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은 “대우를 나온 뒤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다 바이오가 성장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보고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현장을 중시하는 철학이 있었기에 우선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서 어떤 사업이 가능성이 있을지 보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바이오의약품 사업의 가능성을 확신한 서 회장은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하게 된다. 이후 2006년부터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으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하자 서 회장은 ‘우리만의 바이오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개발해보자’는 계획을 갖고 바이오의약품 개발 사업에 뛰어든다.

물론 실패도 많았고, 고난도 있었지만 서 회장은 특유의 개척 정신으로 이겨냈다. 그 결과 셀트리온은 2012년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개발에 성공한다. 이후 램시마는 유럽을 거쳐 미국에서도 판매 허가를 받으며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됐다. 이후에도 셀트리온은 ‘허쥬마’와 ‘트룩시마’와 같은 후발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에도 성공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셀트리온 3사 시총 82조원…국내 주식부자 2위=셀트리온의 사업 순항으로 회사는 급성장을 한다. 지난 2007년만 하더라도 매출 650억원에 머물던 셀트리온은 2020년 3분기 기준 1조3558억원, 영업이익 5474억원의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이 됐다. 업계에서는 2020년 셀트리온의 매출을 1조86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 1위 기업인 유한양행보다 많다.

이에 기업가치도 크게 증가했다. 셀트리온의 시가 총액은 48조4600억원(31일 기준), 여기에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까지 합치면 82조원에 육박한다. 덕분에 서 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에 이어 국내 주식부자 2위로 올라서게 된다.

특히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최근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개발하는 등 발빠른 사업 전환 능력도 돋보인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된 올초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항체치료제를 연내 개발해 내년 초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1년 만에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셀트리온은 지난 30일 식약처에 항체치료제의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하며 무모해 보였던 약속을 지켜냈다.

▶내년부터는 무보수 명예회장으로…헬스케어 벤처 설립 계획=서 회장은 오늘로써 회장직에서 물러나 무보수 명예회장직으로 남게 된다. 서 회장은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퇴임 뒤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의 자세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북유럽에서 헬스케어 관련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서 회장의 퇴임 결정이 업계에 큰 울림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창업자가 최대한 자신이 오랫동안 경영을 유지하거나 자녀에게 승계하는 것이 많았다”며 “이런 점 때문에 외부의 시선도 곱지 않았고 회사가 성장하는데도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지만 서 회장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경영이 가능한 상황에도 성공한 사업가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건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라며 “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업가들에게도 주는 메시지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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