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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신축년을 맞는 우리의 자세

한 해를 떠나보낼 때마다 늘 아쉬움과 기대감이 뒤엉킨 상념(想念)들로 머리가 가득 찬다. 거창한 액션 플랜(action plan)이 있었는데도 여러가지 사정상 해내지 못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고, 그래도 다가오는 새해가 있기에 ‘올해도 잘해보자’며 마음을 다잡는다. 주어진 자리에서 제 역할에 충실했던 나 자신을 칭찬하기도 하고, 올해 못 이룬 일은 부디 신년에는 해낼 수 있길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예년과 달리 다소 특별하다. 보내는 아쉬움보다는 ‘드디어 갔다’는 안도감이 더 들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소위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 질병 탓에 모두가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가족들은 생이별을 했었고, 예비부부들은 축하받지 못했으며, 자영업자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특히 필자가 담당했던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 그 자체였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위기는 더 가혹하게 다가왔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채널을 운영하는 유통 공룡들은 고객들이 확연히 줄어든 매장을 보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점과 호텔 등은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조정될 때마다 폐업하는 음식점, 상점 등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물론 모두가 ‘죽을 맛’으로 한 해를 견뎠던 것은 아니다. 쇼핑 수요가 온라인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e커머스 업계는 어느 때보다 큰 호황을 누렸다. 한국의 e커머스 시장이 재조명받으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까지 커머스 사업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을 정도다. 면역력에 좋다고 알려진 K-푸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그간 해외 시장에서 고전했던 식품기업들은 간만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코로나라는 위기에서 웃을 수 있었던 기업들의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류가 아닌 ‘변방’에 위치했던 기업이라는 점이다. 업력이 10여년 내외인 e커머스 업체들과 글로벌 주류가 아닌 아시아 변방의 국내 식품기업들은 전통적인 유통기업과 글로벌 식품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객 편의에 기반한 혁신적인 서비스와 식품 기술 등을 개발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언젠간 인정받을 일이었지만, 그 시기가 코로나 덕에 빨리 왔다고 해도 사실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는 우리 일상뿐 아니라 산업의 틀을, 권력 관계를 모두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노력과 혁신을 해 온 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근면 성실의 대명사인 소는 신들이 12간지를 정할 때 자신의 느림을 알고 경주에서 누구보다 빨리 출발해 1등으로 도착했다고 한다. 물론 자신의 등에 붙어 왔던 쥐의 계략 덕에 첫 번째 자리를 놓치긴 했지만, 노력이 없었다면 12간지 내에 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신축년 소의 해에는 모두가 지난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묵묵히 새로운 일상을 걸어가는 소와 같은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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