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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식량작물 자급률, 우보만리처럼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오랜만에 받아든 연하장 우표 속에는 복주머니를 등에 진 흰 소가 싱끗 웃고 있다. 천진난만한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과거 우표 수집에 여념이 없던 유년의 기억이 떠올라 ‘세월 참 찰나’라는 상념에 젖는다. 지나온 긴 시간들이 한순간처럼 느껴지니 이는 비단 물리적인 시간만을 뜻하는 건 아닌 듯하다.

순간이 찰나 같은 때가 있는가 하면, 영원 같은 때도 있다. 지난해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유례 없는 자연재해에 세계가 몸살을 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농산물 수급의 유동성, 여기에 가축 질병 확산까지. 연일 좋지 않은 뉴스들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긴 터널을 걷는 것 같았다. 경제·사회의 불안정으로 콩과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가격은 상승했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지수 역시 연속 오름세였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다.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이보다 더 낮은 21%로,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정부에서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수급에 대한 해법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며 일각에서는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국내 식량 소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자급률이 낮은 밀과 콩의 자급률 향상을 위한 추진 방향을 내놓았다. 밀·콩 재배 농가를 각종 지원 사업에서 우대하며 전문 생산단지를 늘리고 계약재배 물량 및 정부 비축량을 확대해 안정적인 소비 토대를 구축, 밀·콩의 자급률을 2019년의 각각 0.7%, 26.7%에서 2030년까지 10%, 4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지급된 직불금은 자급률도 높이고 농업인의 소득도 보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식량작물 자급률 향상은 생산성 높은 우수한 품종의 개발·보급과 기계화·자동화·농지범용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 그리고 보다 다양하고 차별화된 수요처 창출에 달려있다.

빵 만들기 좋은 밀 품종 ‘황금알’과 알레르기 반응을 낮춘 ‘오프리’, 항산화 성분이 많은 흑자색 ‘아리흑’으로 구성된 ‘우리밀 삼총사’는 수입밀과 차별화된 우수성을 인정받아 다양한 제품 개발과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콩은 용도에 맞춰 개발한 장류·두부용 ‘선풍’과 ‘대찬’, 혼반용 ‘청자5호’, 나물용 ‘아람’ 등 기계 수확이 수월하고 수량 많은 품종의 보급으로 생산비 절감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땅속에 배수관을 깔아 자동으로 물을 공급하는 자동 물관리 기술은 논을 이용하는 밭작물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며, 밀·콩 등의 이모작은 경지 활용 효율성을 놓여 각 작목의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추진할 노지 작물 재배의 빅데이터 구축과 자동 생육 예측 프로그램 등의 디지털 농업기술은 한층 안정적이고 수월한 작물 재배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우리 식량작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넓히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지역 특화 상품 개발과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공모전과 선호도 조사 등 식량작물에 대한 인식 전환과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 사업도 진행 중이다. 정책과 더불어 이미 확보된 우리 청의 연구 성과를 현장 수요에 맞춰 꾸준히 보급한다면 식량자급률 향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보만리(牛步萬里·걸음새 뜬 소가 만리를 간다)’라는 옛말이 있다. 오늘 우리의 작은 걸음이 내일의 식량자급률 목표 달성을 위한 적립금으로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신축년에도 열심히 부지런히 걸어보자.

김상남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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