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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재정개혁 지연의 대가

5년 전인 2016년 4월 당시 후반기를 맞은 박근혜 정부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인구구조 변화와 잠재성장률 하락, 복지 수요 증가 등으로 국가재정의 불안이 커지고, 현행 사회보험도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한동안 편성하지 않았던 추가경정예산이 2013년에 이어 2015년, 2016년 연속으로 편성되면서 재정적자가 빠르게 늘어나 재정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된 것도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로부터 4개월 후인 8월, 정부는 7장 17개 조문의 재정건전화법을 입법 예고하고 9월 국회에 제출했다. 핵심 내용은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의 45% 이내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5년마다 관리목표를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경기침체나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특별한 요인이 있을 경우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도 넣었다.

하지만 이 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은 이어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에 휘말리며 추진동력을 상실했고,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재정건전성 목표가 지나치게 느슨하다며 반대했다. 결국 정부가 내놓은 재정건전화법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지난해 4월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 법안을 내놓을 당시 국가채무는 GDP의 35.7%(2015년)였다. 2010년(29.7%)만 해도 30%를 밑돌았으나 5년 만에 30%대 중반으로 급상승했다. 재정수지도 적자가 고착화돼 2015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GDP의 2.3%를 기록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양호한 상태였지만 당시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지난해 10월 정부가 다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한국형 재정준칙’으로 이름을 바꾼 이 개정안은 국가채무를 GDP의 60% 이내로, 재정적자는 관리재정수지보다 훨씬 느슨한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GDP의 3%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물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긴 했지만 건전성 목표가 대폭 후퇴한 것이다. 재정개혁 지연의 대가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이번 재정준칙 역시 5년 전과 정반대 입장이 된 여야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코로나 사태로 재정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족쇄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야당은 건전성 목표가 지나치게 느슨하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재정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올해 국가채무는 GDP의 48.2%,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3%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5년 전 발의했던 건전성 목표에서도 크게 벗어났다.

정치권이 계속 재정준칙을 외면한다면 재정 상황은 지난 5년 동안 밟은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악화의 가속페달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채무는 GDP의 60%를 훌쩍 뛰어넘고, 국채 이자로 국세수입의 10% 이상을 써야 하는 상황이 조만간 닥치게 된다. 재정개혁을 미루면 미룰수록 그 대가는 더 혹독해질 것이다. 더욱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재정건전화 방안 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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