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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남으려면 변할 수밖에”...푸드 스타트업의 좌충우돌 성장기
수업과제 ‘모두의 지도’ 앱 대박이 첫발
‘그리드잇’ 합병 식품사업으로 방향전환

SNS에 레시피 공유-관련제품 파는 형식
1020고객에 트렌디한 음식 소포장 판매

남들과 다른 ‘우리만의 PB상품’ 개발 주력
식단관리도시락·꼬막장 등 대표상품 히트

탄탄했던 오먹상점 접을때 “미쳤다” 수군
‘확신 줄수 있는 상품’ 고집으로 성장 가도

일주일에 한번은 스타트업 창업자 돕기
WFP 제휴 기아문제 홍보 등 공헌활동도
▶이문주 대표는…▷1987년 서울 출생 ▷2007년 고려대 심리학과 입학 ▷2013년 ‘모두의지도’ 창업 (대표) ▷2014년 ‘그리드잇’과 합병, 합병법인 대표 취임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졸업을 앞둔 한 심리학과 대학생은 혼란 상태였다. 좋아하는 뮤지컬도 하고, 영화도 찍고, 인턴도 하면서 즐겁게 대학생활을 한 것 같은데, 막상 취업하려니 무엇을 할지 몰랐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뿐. 교양 과목에 있던 창업 수업도 그가 한 ‘이것저것’ 중 하나였다.

그런데 창업 수업에서 과제로 만든 지도 앱 ‘모두의 지도’가 학교 커뮤니티에서 대박이 났다. 당시 학교 전체 재학생 수는 2만명이었는데 절반가량인 1만명이 그의 앱을 이용했다. 캠퍼스를 걷다가도 자신이 만든 앱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을 만났고, 그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진 모르지만 지금처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1987년생 젊은 CEO 이문주 쿠캣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계기를 담담하게 설명했다.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시작한 사업은 2014년 푸드 콘텐츠회사 ‘그리드잇’과 합병하면서 식품사업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현재 쿠캣은 연매출 390억원(2020년 기준) 기업으로 성장했다. 성공스토리를 자랑할 만도 하련만 시종일관 차분한 말투로 사업을 진지하게 설명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쿠캣 본사에서 이문주 대표를 만나 사업스토리를 들었다.

쿠캣은 쟁쟁한 거대 식품회사에서 살아남은 식품 스타트업 기업이다. 기존 기업과 달리 푸드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쿠캣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쿠캣 레시피’에 요리 콘텐츠를 올리고, 콘텐츠에 올라온 제품들은 가정간편식(HMR) 전문 쇼핑몰 ‘쿠캣마켓’에서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트렌디한 음식, 소포장 상품이 많아 쿠캣마켓의 주 고객은 1인 가구인 20·30대다.

쿠캣이 처음부터 현재의 시스템으로 사업을 구상한 건 아니다. ‘모두의 지도’를 운영하던 이 대표는 그리드잇과 인수·합병한 뒤 식품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자체 제작(PB)’상품만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초기에는 일반 제품을 공급하는 채널을 운영했다”며 “잘 안 알려진 상품을 팔기도 하고, 해외 수입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최저가 검색이 발목을 잡았다. 이 대표가 마케팅해서 유명해진 상품이라도 다른 사이트에서 최저가에 판매하면 소비자들은 그쪽으로 몰렸다. 그는 “우리만이 할 수 있고, 남들과 다른 PB제품으로 차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PB상품 개발은 쉽지 않았다.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으면서도 1인 가구, 20·30대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찾아야 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스프레드제품을 만들었어요. 인절미 스프레드 같은 상품이 잘 팔렸죠. 하지만 한계가 있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빵을 주식으로 먹는 건 아니니까요”라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능성이 보이는 음식들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17년에 곤약젤리제품을 팔면서 비슷한 종류의 제품을 많이 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식단관리’라는 단어를 검색해 식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발견해서다. 그는 “그 시장(식단관리용 식품)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또 온라인에서도 식단관리제품들은 가격대가 있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 이후로 관련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쿠캣의 식단관리 도시락은 192만개가 팔렸다. 이외에도 PB상품 딸기와 고구마를 넣은 찹쌀떡과 대방어장, 꼬막장과 같은 대표 상품을 만들어냈다. 깐새우장은 누적 판매량 45만병, 찹쌀떡은 누적 판매량 24만상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 쿠캣마켓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66%가 PB제품이다. 지난해 5월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도 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월평균 1억8000만원의 매출을 거두기도 했다. 4월에는 신촌에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가능성이 큰 사업들을 발굴하다 보니 회사의 방향은 계속 바뀌었다. 지친 직원도 많았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 그렇거든요. ‘이럴 것이다’ 하고 가설을 설정하고, 그 가설을 검증해보니 아니었다면 ‘아, 이게 아니었구나’ 하는 거죠. 그래서 회사의 목표가 자주 바뀌었고, 직원들이 힘들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반발이 가장 컸던 결정은 ‘오먹상점’을 없앤 일이었다. 오먹상점은 쿠캣마켓의 전신으로, 식품 스타트업 제품들을 유통하는 플랫폼이었다. 그는 “오먹상점이 아예 안 된 건 아니었어요. 이용자도 10만명 가까이 있었고, 꾸준히 연매출도 50억~60억 정도 발생했는데, 전 이 플랫폼이 답이 없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대표가 미쳤다”며 반발했지만 그는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였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확신을 줄 수 있는 상품들을 모아놓고 팔아야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커지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사이트도 우리가 구축하고, 파는 물건도 쿠캣 PB상품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밀어붙였죠”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판단은 옳았다. 가정간편식(HMR)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는 쿠캣의 PB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가치를 주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해였습니다. 가정간편식시장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독특한 제품을 원하고 있다는 걸 파악한 게 성공요인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PB상품이 강화되면서 쿠캣마켓 사이트도 함께 성장했다. 그는 “처음에는 사이트 체류시간이 100초도 안 됐고, 한 번 사이트에 들어왔을 때 클릭해보는 페이지 수가 3~4개밖에 안 됐다”며 “현재는 체류시간도 300초 이상으로 올라가고 페이지도 18개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듯 쿠캣도 맨땅에 헤딩하며 성장했다. 그래서 이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편이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나 또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저도 대학생 때 창업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선배들 많이 만나 조언을 구했어요. 그분들이 성심성의껏 도와주셨던 기억이 나요. 저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저도 그분들을 만나 에너지를 얻기도 하거든요. 창업팀을 만나면 예전 생각도 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죠”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회공헌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쿠캣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의 인도적 지원기관인 유엔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과 업무협약을 했다. 쿠캣이 총 1억4400만원 상당의 제작비를 투입, WFP의 활동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세계 곳곳의 기아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인다는 것이 협약의 골자다.

이 대표는 끝으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은 변화에 익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몇몇 사람은 제가 도전을 즐기는 성향으로 알고 있습니다. 행동이나 성향을 보면 보수적인 쪽에 가까운데 말이죠. 그런데 남들이 볼 때는 ‘도전적이다’ 싶은 결정을 하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는 성장을 하지 못하면 (회사가) 죽으니까, 성장을 위해 선택한 건데, 남들에게 그게 굉장히 위험이 큰 선택이었던 거죠”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설립 이후로 연 2~3배씩 성장하고 있다”며 “많은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그 안에는 정말 많은 고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타트업은 뼈를 깎는 선택과 집중으로 만들어진다. 쿠캣도 해마다 새로운 고민을 하고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포인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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