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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연주의 현장에서] 당신의 ‘맞수’는 누구입니까

오래된 업종에는 대개 ‘맞수’라는 것이 존재한다. 맞수의 사전적 의미는 ‘힘이 서로 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어려운 경쟁자’를 말한다. 유통업계로 치면 롯데와 신세계를 나란히 말할 때 주로 붙는 수식어다. 익숙한 맞수 조합은 고정적인 것 같지만 시대가 변하면 함께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 유통업이 당면한 문제는 그 맞수가 누군지를 찾는 것조차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곧 소비생활의 절반이 온라인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요즘,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포함한 유통업계의 강자는 IT기업인 네이버와 10년 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이다. 네이버는 최근 2025년까지 국내 e-커머스시장 점유율을 3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e-커머스 상위권 업체들도 10%대 점유율에 그치는 지금 상황에서 획기적으로 주도권을 강화해 국내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다.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오프라인 유통기업 따로, 온라인 유통기업 따로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통업의 변화가 최소한 3년은 앞당겨졌다고 말한다. 여기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시총100조원’ 신화를 쓴 쿠팡이 수조원대 추가 투자를 발표하는 등 쿠팡발(發) 지각변동도 판을 흔들었다.

수십년간 유통강자로 군림했던 유통기업들은 안타깝게도 e-커머스 성장의 빠른 속도를 제대로 쫓아가고 있지 못하다. 실적부진은 고용 수치로도 드러난다. 롯데쇼핑은 오프라인점포 구조조정 등으로 지난해 직원이 2507명 감소했다. 반면 쿠팡과 쿠팡풀필먼트는 물류인력 확대로 지난해 2만여명 규모의 신규고용을 창출했다.

사회변화와 기술혁신으로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은 그 어느 곳보다 유통업계에서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시장의 관심도 이제 전통적인 유통기업의 대결이 아닌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IT공룡’이 커머스에서 어떤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맞붙을 것이냐에 더 쏠린 분위기다. 백화점, 대형 마트, 홈쇼핑, 오픈마켓 등의 구분도 e-커머스시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편의점을 예로 들더라도 편의점끼리의 경쟁은 물론 음식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의 B마트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경기장도 바뀌었고, 선수들도 바뀌었다.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유명한 말처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 과거의 유통강자들은 아직 답을 찾는 중이지만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고 있는 듯하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협력 강화처럼 위기감 앞에서는 새로운 맞수와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에도 기꺼이 뛰어든다. 고전하고 있던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도 최근 온라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온·오프라인을 연결시키는 차별화 전략 등을 통해 실적 호조를 끌어냈다. 기존 선수들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상상력이 아닐까. 맞수를 찾아, 이길 방법은 아직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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