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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여파? 소주 매출 반토막 말할 정도"…유꽃비 팀장 인터뷰 [대화한잔]
주류업계 최초의 여성팀장 유꽃비 인터뷰
"여성이라 불편? NO...뭐든 하면된다는 마음"
"2030 부드러운 소주 선호...압구정 상권 뜨거워"
"코로나로 힘든 자영업자분들은 힘내셨으면"
유꽃비 롯데주류 동부FM팀 팀장 [사진=신보경 PD]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만남에서 술은 마중물 역할을 한다. 많은 인연이 술자리에서 시작되고, 또 이어지기도 한다. 술은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혈맥' 역할도 한다. 인연은 또 다른 만남으로, 그리고 경제활동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많은 것이 단절된 시대. 새로운 만남도 술자리의 달큼함도, 팬데믹 이전의 옛 기억으로 치부되는 시대다. 이런 상실의 시대에 주류회사 영업팀장을 인터뷰했다. 주류업계 최초의 '여성 영업팀장', 처음처럼의 'OO처럼' 명칭 마케팅을 창조한 유꽃비 롯데주류 동부FM팀 팀장이다.

그는 롯데주류에 입사한 뒤 올해 햇수로 입사 15년을 맞은 베테랑 영업사원이다. 앞서 매스컴을 타며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국민MC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퀴즈'에 출연해 입담을 뽐냈다. 롯데그룹이 우수한 여성 임직원에게 수여하는 '여성인재상'을 받았고, 이후 각종 신문매체 지면기사에 사진을 싣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에게 요새 주류업계의 사정을 물었다. 만남이 단절된 시대. 요즘 사람들이 술을 얼마나 적게 먹는지, 만남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듣고 싶었다. 소위 가장 남성적이라는 '주류회사 영업팀' 조직에서 햇수로 15년.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술 생각을 하는 그의 주(酒)철학도 얘기도 함께.

"술을 원체 좋아하긴 하지만 잘 하진 못해요. 함께 드시는 분들에 맞춰갈 뿐이지. 단 숙취는 없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거겠죠?"

서울 용산구 모처에서 1시간. 유 팀장과 만났다. 논알코올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서.

유꽃비 롯데주류 동부FM팀 팀장 [사진=신보경 PD]
■ 여성이라 영업하는 데 어려운 점?…“전혀 없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동부FM(Field Managing) 팀장 유꽃비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담당하고 있다. 2007년도에 입사한 후 같은 회사를 15년째 다니고 있다.

- 주류업계 최초의 영업팀장이라고 들었다. 여전히 그런가?

= 흔히 아는 주류업계 메이저 회사들이 있지 않나. 그중에는 여성 영업팀장이 안계 신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유리천장이 비교적 얇아졌고, 여성들도 좀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다 보니 다른 업계 영업에는 여성 팀장, 임원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주류업계는 없는 것으로 안다.

-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

= 미디어에서 비치는 술의 모습이 터프하고 험한 이미지로 그려지나 보다. 그래서 예전에는 지원 자체를 주저했던 것 같다. 근데 지금은 또 그런 이미지가 많이 순화됐고, 실제로 터프한 환경도 아니다. 요새는 굉장히 다양한 연령층에서 여성분들이 주류 회사에 지원해주고 계신다. (웃음)

- 이 업계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

= 회사에 들어올 당시 모든 사원을 영업직으로 뽑았다. 인사를 하든, 마케팅을 하든, 기획을 하든 영업을 알아야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지원을 하게 된 것인데, 개인적으로도 정적이기보단 활달한 성격이다. 스스로 영업직군이 좋았다. 거기다 술도 원체 좋아해서 회사에 들어오게 됐다. 아!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한다. 하지만 함께 드시는 분들에 맞춰서 먹으려고 노력한다.

- 힘들지는 않나. 영업을 하다 보면 거절을 당하는 게 일일 것 같다.

= 이번에 우리쪽 제안을 거절했다고 해서 '이분 안 되겠다'라고 생각하는 마음 자체가 영업사원으로서 가장 배제해야 할 일이다. 이런 마음 자체가 다음 기회를 없애는 일이다. 입사 초기에는 영업하면서 들은 말들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꺾이기도 한 부분이 있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와인 사업부에서 근무했다. 메이저 경쟁사가 훨씬 더 많은 부서다. 거절을 당해도 계속 새로운 제안을 해야 했다. 상처를 받고도 성실하게 영업활동에 임했다. 그 과정을 통해 지금은 단련이 된 것 같다. 실제로 지금은 거절을 당해도 '다음번에 더 좋은 제안 드리겠습니다'라며 주눅 들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 영업을 할 때, 여성이라서 힘든 점은 없나?

= 이런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 편이다. 그런데 없다. 영업해보니까 여성이어서 불편한 점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다양한 유흥업소 채널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류 품종을 가지고 영업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제약이 되거나 이런 부분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처음 입사 후 와인사업부에서 근무할 때, 재고정리를 하러 큰 창고를 찾은 적이 있다. 지게차를 타고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재고를 확인해야 했다. 근데 같이 간 남자직원은 고소공포증이 있다며, 내게 올라가라고 하더라. 내가 5~6단 높이를 올라가서 일했다. 이런 작은 성공을 체험하면서 "뭐든 시도하고 도전하면 되는구나"하는 마인드를 장착할 수 있었다.

- 술에 대한 지론도 있을 것 같다. 혹시 내 아이에게 술을 가르쳐준다면 어떤 것을 가르쳐주고 싶은지?

= 아이에게 술을 권할 수는 없겠지만, 술이 순기능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색한 사이를 부드럽게 해준다든지, 좀 친하게, 가깝게 해주는 순기능이 있다. 과음하고 통제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술은 처음부터 제대로 잘 배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주도를 가르쳐주고 싶다. 천천히 마시라고 하면서. 빨리 마시다보면 본인 주량을 알 수가 없다. 술은 일단 천천히 마셔야. 본인이 취하는 속도를 자각하고 조절할 수 있는 법이다.

유꽃비 롯데주류 동부FM팀 팀장 [사진=신보경 PD]
■ 2030은 '부드러운 소주'... 핫플레이스는 '압구정'(?)

- 영업하는 곳(강남·서초·송파)에서는 처음처럼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떤가?

= 처음처럼은 2030 직장인이 주된 마케팅 타깃 계층이다. 제가 관할하는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는 처음처럼 시장 점유율이 높은 편인 것 같다.

- 처음처럼이 최근 도수를 낮췄는데, 2030 직장인이 마케팅 타깃인 것과 같은 맥락인가?

= 확실히 젊으신 분들이 조금 도수 낮은 소주를 원하는 것은 맞다. 아울러 직장인들도 다음날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도수 낮은 술을 원한다. 처음처럼은 시장에서 '부드러운 소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고, 그렇게 포지셔닝이 되어 있기도 하다. 최근 소비자분들한테 부드러운 소주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시기를 보고서 도수를 조금씩 더 인하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 소주하면 익숙한 여성 광고모델이 아닌, 래퍼 염따를 광고 모델로 쓰기도 했다.

= 그렇다. 처음처럼 플렉스 마케팅 당시다. 당시에 저희가 20대 초반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준비하다가 염따와 접촉하게 됐다. 당시 염따가 인기가 뜨거운 인물이기도 했고, 염따가 쓰는 플렉스라는 단어가 그분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좋은 단어라고 본 것 같다. 그래서 처음처럼 플렉스 제품을 내면서 플렉스를 매칭하기 쉬운 염따를 데려왔다.

* 처음처럼 플렉스 :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한 '플렉스(FLEX)' 트렌드에 발맞춰 롯데주류가 내놓은 한정판 소주. 당시 플렉스 문화를 유행시킨 래퍼 염따와 컬래버레이션해 제품을 내놨다. 알코올 도수를 기존 처음처럼(16.9도)보다 0.2도 낮은 16.7도로 내놔 눈길을 끌었다.

- 그럼 처음처럼이 잘 팔리는 가게는 어딘가?

= 처음처럼이 잘나가는 가게와 아닌 가게를 업종에 따라 나누기는 어렵다. 업종 간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편이다. 단, 20대 초반 연령대의 고객들은 주머니 사정이 더 나이든 분들보단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소주를 많이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포차' 형식의 감성주점들 있지 않나? 이런 곳은 소주 판매량이 정말 다른 어느 채널 하고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 담당지역(강남, 서초, 송파)이 서울시내 상권에서는 '노른자위' 같은 중심상권이다. 요새 핫플레이스가 어딘지, 주류 매출을 통해 꼽아볼 수 있을까?

= 술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통해 본다면... 사실은 계속 바뀌는 상황이다. 한동안 압구정 상권이 침체기였는데. 다시 압구정 상권이 올라오고 있다. 압구정이 한동안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사업하는 데 들어가는 많은 비용이 줄어든 게 아닌가 싶다. 최근 '하바나 선셋'과 같은 핫플레이스가 생겼다. 압구정에 이제 많이 유입되는 것 같다.

- 압구정 상권이 뜨거운지 몰랐다.

= 모든 지역이 지역별로 핫플레이스가 있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많이 신경쓰고 있는 상권은 강남상권이다. 상징성이 큰 상권이긴 하다. 경쟁회사도 많은 집중을 한다. 일종의 격전지다. 마케팅을 하건 영업활동을 하건 격전지다. 그래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강남상권이다. 요새 핫플레이스는 신사랑 압구정 쪽이라는 것 뿐이다.

2020년 롯데주류가 출시했던 '처음처럼 플렉스' 한정판[롯데주류]

■ 코로나19 팬데믹 사장님 힘내셨으면

-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고 이야기가 많다. 술 판매량도 많이 줄었는지?

= 소주 전체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고 할 정도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지 않나? 집에서 술을 음용하시는 분들이 늘면서 가정 채널이라 부르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량은 많이 늘었다. 그러나 유흥이라고 불리는, 제가 담당하는 식당 등 외식 채널은 판매량이 많이 감소했다. 영업을 하러 많은 곳을 누빈다. 영업일선에서 보는 외식업체 업주들을 보면 안타깝다. 수익이 엄청나게 남아서 장사를 계속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상황?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장사를 하는 것 같았다.

- 맥주와 소주를 비교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쪽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나?

= 저는 소주 담당이지만, 맥주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 주로 식사를 마치고 두 번째로 가지는 술자리, 소위 말하는 '2차 자리'에서 많이 소비되는 맥주가 매출이 더 많이 빠졌다고 봐야 한다. 맥주와 간단한 안주류가 중심이 되는 맥주전문점들이 특히나 고충을 겪고 있다.

최근에 음식점 영업 제한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바뀌지 않았나? 업계에서는 이 덕분에 외식업체에 인파가 늘어나고, 주류 음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론 그렇지 않더라. 오후 10시에 끝나든 오후 9시에 끝나든 술자리는 마치는 시간이 늦은 오후로 맞춰지면 사람들도 술자리에 대한 사고를 달리 한다. 마감시간 맞춰서 나가면 대리운전·택시에 손님이 몰려 집에가기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오후 10시까지 술자리를 할 수 있더라도 오후 8~9시께 자리를 파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자영업자분들 힘내셨으면 한다. 조금만 더 힘내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 다같이 웃으면 좋겠다.

zzz@heraldcorp.com

기자·진행 김성우 / PD 신보경, 우원희, 이채연, 정아휘 / 디자인·CG 허연주, 변정하 / 제작책임 이정아 / 운영책임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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