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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모 건강식품 ‘쪽지처방’ 한 병원들 “처벌할 수 없다”
50% 판매수익 보장 받고 일부 건강식품 '쪽지처방'
처벌은 업체만, 의료법 처벌불가…‘의사 불가침영역’
리베이트 준 쪽만 적발해서야…반쪽짜리 근절대책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판매수익을 받는 조건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쪽지처방' 한 병·의원을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업체만 처벌 받고, 정작 리베이트를 받은 주체는 처벌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시장차원에서 보면 독점거래를 유도한 납품업체만 처벌을 받고, 이를 공모한 유통업체는 처벌을 피한 형태다. 반쪽짜리 근절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에프앤디넷은 2011년 9월경부터 2019년 8월까지 계약을 맺을 때 병원에 50% 수준의 판매수익을 보장하는 조건을 걸고 대신 자사 제품만 취급하라는 독점판매 조항을 넣었다. 공정위는 이에 에프앤디넷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72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준 병·의원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었다. 의료법 허점 때문이다. 형법이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의료인에게 적용하기 쉽지 않지 않다. 형법상 배임수재죄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불공정거래행위는 이익 제공 강요가 입증돼야 하는데 의료인의 강요행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막기 위해 2010년 의료법 개정안에서는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 품목신고를 한 자, 의약품 수입자 또는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 채택, 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의료법은 경제적 이익을 받는 대상 품목을 의약품 등으로 한정해 건강기능식품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번에 병원 등이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으로 전해졌다.

병원들 중 일부는 비교적 건강기능식품 추천에 취약할 수 있는 산모를 대상으로 특정제품을 추천했다. 공정위는 임신 준비기∼임신 4개월까지 '닥터 맘스 엽산'을 추천한다는 내용 등이 적힌 종이를 주고, 병원 안에 설치된 건강기능식품 매장으로 안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는 소비자의 오인을 유발하고 소비자의 제품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부당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한다"며 "건강기능식품협회 및 관련 사업자들과 간담회를 해 '쪽지 처방'을 스스로 시정하고 재발을 방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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