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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켓소년단’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성장한다
아이들과 함께 겪는 어른들의 성장통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아이들도 성장하지만 어른들도 성장한다.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이 아픈 만큼 자라나는 어른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아내며, ‘어쩌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세상 모든 이에게 공감과 여운을 남기고 있다.

‘라켓소년단’(극본 정보훈/ 연출 조영광/ 제작 팬엔터테인먼트)은 배드민턴계 아이돌을 꿈꾸는 ‘라켓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이자, 땅끝마을 농촌에서 펼쳐지는 열여섯 소년 소녀들의 레알 성장 드라마다. 감각적인 연출과 탄탄한 대본,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웰메이드 스포츠 드라마로 3주 연속 월화극 1위를 차지,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기분 좋은 행보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라켓소년단’은 땅끝마을 배드민턴부 아이들의 성장기 뿐 아니라 여전히 미성숙해 좌절과 실수, 실패를 거듭하는 어른들의 성장 이야기를 담아내며 호평을 얻고 있다. 모든 정답을 찾아냈을 것 같지만 여전히 한 치 앞이 아득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공감을 건네고 있는 것.

▶무사안일 불량 코치 김상경, 성장통 끝 ‘진짜 어른’이 되다=오직 생활비를 더 벌겠다는 일념하에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땅끝마을로 온 윤현종(김상경)은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코치 자리를 그저 보전하고, 월급만 받아가면 그만이라는 무사안일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러던 중 윤현종은 회장기 대회 전날 과음으로 인해 늦잠을 잔 데 이어, 장소 체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대회 출전조차 하지 못한 최악의 사태를 일으켰다.

윤현종은 “어차피 전패할텐데, 이겨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애써 책임을 면피하려 했지만 배감독(신정근)은 “그렇게 되면 우리 아이들은 시작조차 못 해보고 지는 것”이란 말로 윤현종을 뜨끔하게 했다.

더욱이 윤현종은 회장기 대회가 사실은 배감독의 사비로 진행된 것이었고, ‘라켓소년단’ 멤버들 역시 1승을 목표하며 전의를 불태웠던 사실을 알고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윤현종은 아이들에게 ‘진짜 코치’가 필요하다는 배감독의 말에 초심을 되찾으려 노력했고, 더불어 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동화하려 애썼다. 또한 아이들의 철없는 방황을 바라보며 과거 자신이 운동하던 때의 강제적 방식이 아닌, 따뜻하고 친근하게 다가가 이들을 믿어주고 독려하는 모습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도왔다. 철 없던 불량 코치에서, 아이들의 ‘유일한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는 윤현종의 고군분투 성장기가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오나라,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아이에서 어른, 어른에서 부모로=자타가 공인하는 ‘완벽한 코치’ 라영자(오나라)는 아이들을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먹고사는 일에 최선을 다했지만, 정작 아이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며 이해를 구하려 했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이들 또한 그 자리가 처음이라는 당연한 사실에 멍해지고 말았다. 아이의 전부이자 처음 보는 세상인 부모로서의 책임과 무게를 새삼 깨닫고, 서투르지만 진심을 담아내 변화를 만들어 가려는 라영자의 모습이 가깝고도 먼 가족 관계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들을 던지며 공감과 여운을 전달했다.

▶‘츤데레 정석’ 차미경, 투박하지만 섬세한 정(情)의 대물림=오매할머니(차미경)는 갑작스레 나타난 외지인인 도시부부(정민성, 박효주)를 날 서게 경계했고, 이들의 살갑지 않은 태도를 못마땅해 했다. 그러던 중 오매할머니는 낯선 도시를 찾았다가 길을 잃게 됐고, 한 청년의 도움으로 목적지에 도착했던 상황. 오매할머니는 “처음이라” 도와줬다는 청년의 말에 자신처럼 모든 것이 낯설었을 도시부부를 떠올리며 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오매할머니는 도시남편을 불러내 결코 만만치 않은 농촌살이 비법을 하나하나 전수한 데 이어, 비바람이 부는 밤 몰래 도시부부의 밭을 채비하며 태풍에 스러지지 않게 도왔다. 오매할머니가 투박하지만 섬세하게 정을 대물림하는 츤데레 면모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여운을 남기며 시청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박효주, 땅끝마을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다=지치고 고단했던 삶을 정리하기 위해 땅끝마을을 찾았던 도시아내(박효주)는 땅끝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호의마저 경계하며 “사람 믿는 게 제일 바보 같다”고 날을 세웠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생을 끝내려 결심한 그때, 이웃 주민 윤해강(탕준상)이 문을 두드렸고, 카레가 담긴 냄비를 내밀며 이들의 식사를 챙겼다. 최악의 순간 구원처럼 다가온 따뜻한 손길에 도시아내는 “사실은 두렵다”며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던 것.

도시아내는 이사 첫날부터 갈등을 빚었던 오매할머니가 자신들의 밭을 남몰래 지켜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오매할머니네 낡은 담벼락에 예쁜 벽화를 채워 넣으며 마음의 정을 나눴다. 낯선 땅끝마을과 주민들을 향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도시부부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지, 이들의 성장 스토리에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제작사 측은 “아이들의 성장통 뿐 아니라, 어쩌다 어른이 돼 매 순간 크고 작은 성장통을 겪어가는 어른들의 이야기 역시 담아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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