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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독주 속 갈 길 먼 포용적 성장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5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실물경제가 살아나고 있지만, 불균형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내세운 포용적 성장과는 괴리를 보이고 있다. 불균형 성장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면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회복하지 못한 경기주체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더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은 전월대비 5.3% 늘었다. 전년동월대비로 보면 반도체 생산은 26.9% 증가했다. 자동차(-6.6%), 기계장비(-5.6%) 등에서 전월대비 생산이 감소했지만, 반도체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전산업생산은 0.1% 오히려 늘어났다. 민간에서는 반도체 생산이 전체 지표를 끌어 올렸고, 여기에 정부 재정투입으로 8.1% 증가한 공공행정 생산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대면서비스업 대표업종인 숙박·음식점업은 전월대비 2.5% 상승했지만,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19년 5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100.8이었는데, 올해 5월엔 84.9에 불과하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5.8%가 감소한 상태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도 2%가 오히려 줄었다. 2019년 5월 107.6을 기록했던 운수 및 창고업(96.8)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내수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소비도 반짝 회복세가 꺾였다. 전월대비 백화점(-2.7%), 대형마트(-4.6%), 면세점(-3.1%), 슈퍼마켓·잡화점(-3.7%), 편의점(-3.6%) 등 대부분 소매업태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민간에서는 반도체 생산이 독주하면서 전체 지표를 끌어올렸고, 재정 투입으로 만든 공공생산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숙박·음식점 생산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했다고 보기 어렵고, 내수 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소비는 오히려 줄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대면서비스업종은 아직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품목이 전체 지표를 경기회복세로 보이게 만든 셈이다. 피해를 본 이들과 함께 회복하겠다는 포용적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물가는 전체적 경기성장세 속에 뛰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2%를 넘겼다. 2분기 물가상승률은 2.5%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월 2.3%, 5월 2.6%, 6월 2.4%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물가조절 목표인 2%를 2분기 내내 상회했다. 농축수산물(10.4%)와 공업제품(2.7%)이 6월 주요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서비스물가는 1.6% 상승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무상교육 등 여파로 고등학교납입금·학교급식비 등 품목이 100% 감소한 것이 전체 지표를 낮췄기 때문이다. 두 요인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하면서 빠질 예정으로, 서비스물가지수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

품목별로 보면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인한 달걀가격이 54.9%나 뛰었고, 휘발유(19.8%)·경유(22.4%)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에서는 집세가 전년동월대비 1.4% 올랐다. 지난 2017년 10월과 11월 1.4%를 기록한 뒤 최대 상승이다.

공급 쪽으로 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구리, 목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한 풀 꺾였지만, 안정화가 될지는 시장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유가는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100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6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을 물가안정목표 이내인 1.8%로 전망한 바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농축수산물은 현재의 가격하향 추세를 보다 가속화시키기 위해 하절기 주요품목 수급상황 점검 및 재해예방 조치 등을 통해 기상이변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고 설명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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