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15일 오후 박진규 차관 주재로 대응방안 논의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법안을 발표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한 산업계 영향을 긴급 점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오후 3시 박진규 차관 주재로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열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EU는 한국 시각으로 전날 오후 늦게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법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계된 탄소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조치다.
EU 집행위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책패키지를 제안했다. 2030년부터 신규 차량의 CO₂배출을 2021년 대비 55% 줄이고, 2035년부터는 100% 줄이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2035년부터 등록되는 모든 신차는 탄소 배출량이 ‘0’이 될 것이라고 EU 집행위는 밝혔다. 또 EU 탄소 배출권거래제(ETS) 시장 개편으로 교통·건설 부문에도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고 선박도 처음으로 ETS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제조 기업들이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수출물량 측면에서 주된 영향은 철강에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철·철강의 대(對)EU 수출액은 15억2300만달러, 수출물량은 221만3680t으로 5개 품목 중 가장 많다. 알루미늄이 수출액 1억8600만달러, 수출물량 5만2658t으로 뒤를 이었으며 비료는 수출액 200만달러, 수출물량 9214t에 그쳤다. 시멘트와 전기는 수출액이 0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EU 및 주요 관계국들과 양자 협의 등을 진행하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합치하도록 설계·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 이 제도가 불필요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게 해서는 안 되며, 우리나라가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에도 탄소국경조정제도 법안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우리 입장을 마련한 후 EU 및 주요 관계국들과 지속해서 협의할 계획"이라며 "특히 우리의 배출권거래제 및 RE100(재생에너지 100%),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의 탄소중립 정책을 충분히 설명해 동등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공동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연관된 국내 제도를 점검하고, 민관 공동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특히 제도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업종을 대상으로는 세제·금융 지원, 탄소중립 연구개발(R&D)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연내에 마련할 방침이다.
가장 큰 영향이 예상되는 철강 분야에 대해선 정책연구용역을 거쳐 상세한 영향 분석과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린철강위원회 등 산·관·학 협의 채널을 활용해 소통을 강화한다.
박진규 차관은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민관이 합심해 철저히 대응해 나가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적 추세인 탄소중립이 우리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업계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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