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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회·위기 상존하는 ‘이재명다움’...‘사이다 2.0’ 업그레이드 과제 [대선주자 SWOT 분석 ①이재명]
선명한 정책·타고난 정치 감각 ‘강점’
의정 경험 無·위기관리 빈틈 ‘약점’
野 후보 난립·‘공정’ 담론 부상 ‘기회’
여야 집중견제·경선 분열 양상 ‘위기’

“제가 너무 방어만 하다가 반칙도 당하고, 그런 게 쌓였다. 전략 실패였다. 주변에서는 ‘불투명한 태도’와 ‘이재명다움의 상실’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우리 지지자 중 일부에서는 ‘이재명이 왜 이러지’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예비경선 과정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내린 평가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후보는 스스로의 평가대로 최근 강한 메시지를 쏟아내는 등 자신의 강점인 ‘이재명다움’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동시에 ‘이재명다움’이 대선 과정에서 특유의 단점인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특유의 논리력과 직설적 어법, 정책 추진력으로 얻은 ‘사이다’라는 ‘캐릭터’를 버리거나 감출 것이 아니라 ‘사이다 2.0’으로 확장하고 업그레이드해야 당 경선을 통과하고 본선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제20대 대선을 24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이 후보의 장점과 단점, 기회와 위기를 SWOT 분석을 통해 알아봤다.

스스로를 ‘흙수저 정치인’이라고 부르는 이 후보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가난한 가정 형편 탓에 초등학교를 마친 뒤 경기 성남의 상대원공단에서 소년공으로 청소년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사이다’로 불리며 현안마다 거침없는 추진력과 메시지를 강조해온 이 후보의 강점 역시 어려웠던 유년 시절이 바탕이 됐다.

실제로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 기계 사고로 왼쪽 팔을 다쳐 장애인 6급 판정까지 받았던 경험은 이 후보의 대선 공약인 기본소득의 시작이 됐고, 직접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난 이 후보의 ‘공정’ 메시지와 인간승리 스토리는 이 지사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 후보의 선명한 메시지는 ‘정책 추진력’이 겹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중앙정부와의 갈등에도 전자화폐 방식의 보편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며 자신만의 ‘공정’ 메시지를 강조했고, 경기 회복이라는 성과를 입증했다. 덕분에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이 후보가 주장한 ‘전 국민 보편 재난지원금 지급’은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주요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세론’의 바탕이 됐다.

이 후보의 30년 지기이자 ‘이재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이 후보의 강점에 대해 “소년공 출신으로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진정성 있게 공감하고 이를 해결해줄 방법을 제시하는 유일한 서민 공감 후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 스스로의 평가대로 예비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은 이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이 됐다. TV토론 과정에서 사생활 의혹을 제기한 정세균 후보를 향해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답했다가 구설수에 올랐고, 상대 후보들의 협공에 특유의 장점이었던 ‘선명한 메시지’도 빛이 바랬다.

실제로 TV 토론 과정에서 보여진 이 후보의 투박한 언행은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을 하느냐”는 비판을 샀다. 경선 상대인 이낙연 후보가 “대통령의 품격”을 앞세우며 오차범위 내로 추격한 것 역시 무관하지 않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냈지만, 여의도 정치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 역시 이 후보의 약점 중 하나다. 실제로 여당 의원 중 일부는 “이 후보는 야당과 정치 협상으로 성과를 이끌어낸 경험이 없다. 역대 민주 정부 대통령이 모두 국회의원 경험을 갖고 있는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야당과의 협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역과 세대, 이념을 가리지 않고 고른 지지를 받으며 중도층으로 확장 가능성이 큰 이 후보에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의 본선 경쟁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야권 후보들의 난립으로 인한 경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 후보에게는 이득인 데다가 이 후보가 ‘공정’ 메시지를 선점하며 본선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불공정’ 비판에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본선에 나간다면, 특유의 ‘공정’ 정책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비판으로 일관하는 야권 후보와의 정책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특히 이 후보는 야권 후보들과 달리 도정 경험을 앞세워 정책 디테일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했다.

경북 안동 출신의 ‘영남 후보’란 점 역시 본선 경쟁에서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후보로서 전통적인 텃밭이 호남 지지에 더해 영남 유권자의 표심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영남 출신 민주당 후보로 대선 과정에서 영남 유권자의 표를 상당수 확보하며 상대 후보를 이긴 바 있다.

반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네거티브 공방은 이 후보에게 위기가 될 전망이다. 이 후보가 그간 우려했던 경선 후 당내 분열 가능성이 후보 간 공방이 격화하며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선 후 공방을 벌였던 이낙연, 정세균 후보 지지층과의 ‘화학적 결합’에 실패할 경우, 본선 경쟁력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또 예비경선에서 보였던 ‘반(反)이재명 연대’가 본경선에서도 이어지며 결선 투표로 이어질 경우, 이 후보가 고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최근 상대 후보인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며 1:1 구도에서 압도적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이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역대 대선 경선 과정마다 갈등과 후유증이 있었고, 이를 수습하는 데 진통을 겪은 경험이 있다”라며 “최대한 경선 과정에서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캠프를 용광로로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경선 기조를 짜겠다”고 말했다. 강문규·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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