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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형의 현장에서] ‘과유불급’이 부른 IPO 시장 공모가 논란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업공개(IPO)시장의 열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기록한 뒤 상장 당일 상한가 마감)’ 랠리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공모주 청약을 위해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은 여전하다. 현재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여의도 IPO시장에서 최대 관심사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에 희망공모가 밴드를 수정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공모가는 상장 주관 증권사의 평가에 따라 희망공모가를 산출한 뒤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거쳐 정해진다. 이후 정해진 공모가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을 진행하고, 상장 후에는 장중 수급 상황에 따라 주가가 시시각각 변한다.

이런 과정을 보면 공모가와 주식 가격은 전적으로 시장에서 정해진다. 희망공모가가 비싸다고 생각된다면 기관이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아 공모가가 낮아지고, 상장하더라도 시초가가 너무 높으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수정 증권신고서 제출 요구를 놓고 금융 당국이 기업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 당국이 주가를 통제할 권한은 없다. 현재 금감원도 직접적으로 공모가격을 지적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희망공모가액 산출 근거를 명확히 하라”고 정정 요구를 한 것은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공모가 산출을 위한 비교 기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적이나 사업구조 면에서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만큼 차이가 크다.

크래프톤은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업체를 비교 기업에 포함했고, 카카오페이는 페이팔, 스퀘어, 파그세구로 등 세계적인 결제서비스업체를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다. ‘몸값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같은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관련 주체들의 ‘과욕’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높은 공모가를 약속하고 IPO 기업을 유치해 IB(투자은행) 실적을 쌓을 수 있다. 상장을 희망하는 기업은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조달자금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높은 공모가로 상장한 이후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이 떠안게 된다. 특히 외국인은 의무 보유 제한이 없어 상장 당일 차익실현 목적으로 매물을 쏟아내면 고점에 추종 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분을 감당해야 한다.

실제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신규, 이전 상장)한 42개사의 주가를 보면, 공모가 대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개를 포함한 8개로, 일부 종목은 36%까지 떨어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IPO시장 과열로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발행·인수자(기업, 증권사)는 유리하고 투자자들은 그만큼 수익을 남길 여지가 줄어든다”며 “현재의 IPO시장 상황을 시장에만 맡길 경우 투자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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