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주가 변동률 0~1%대
글로벌시장 상황에 상승 제한적
장비주 17~42% 상승세 뚜렷
대형주 간 경쟁에 반사익 ‘톡톡’
삼성전자에 이어 27일 SK하이닉스가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흐름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과 실적 호조에도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와 지난해 치솟았던 유동성의 둔화,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 등으로 주가 상승 모멘텀을 좀처럼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반도체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형사들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자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반도체 장비주들은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이며 대조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닝서프라이즈’ 대형주, 주가 흐름은 부진=이날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2조694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8.3%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0조321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9% 증가했다. 순이익은 1조9884억원으로 56.5% 늘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7일 2분기 잠정 경영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1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분기(매출 53조원, 영업이익 8조1500억원)에 비해 매출은 18.94%, 영업이익은 53.4% 증가한 것으로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10% 이상 상회했다.
이같은 실적 개선에도 이들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흐름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달 실적 발표 이후에도 ‘7만전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주가가 12만원 전후에서 횡보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두 종목의 주가 흐름을 보면 저점 대비 26일 종가 기준 변동률이 삼성전자는 0.51%, SK하이닉스는 1.3%에 불과하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에 선반영됐고, 미국 테이퍼링(양적 완화의 점진적 축소) 우려와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풍부했던 유동성이 올해 들어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20%까지 급등했던 글로벌 유동성 증감률이 올해 들어 크게 둔화되면서 반도체 대형주들의 실적 상승에도 불구하고 벨류에이션 배수가 하락했고, 이에 따라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형 만한 아우 없다? 장비株의 무서운 주가 상승세= 반도체 대형주의 부진한 주가 흐름에 비해 반도체 장비주의 상승세는 폭염 만큼이나 뜨겁다.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주들의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작게는 17%, 크게는 42%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신규 증설에 나서면서 장비 수요가 크게 늘자 장비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만 TSMC, 미국 인텔, 삼성전자 등이 비메모리 분야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설비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기업들에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제한적이지만 중소형주 내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주들은 꾸준한 실적 호조로 시장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반도체는 파운드리 쇼티지(공급부족) 상황에서 파운드리, OSAT(반도체 후공정) 투자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직접적인 비메모리 반도체의 후공정 수혜가 기대된다. 이오테크닉스는 고수익성 반도체 장비인 마커와 레이저 어닐링에 대한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유니셈은 반도체 장비사 중에 보기 드물게 고객사의 EGS(환경, 사회, 지배구조) 활동으로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장비 고객사의 하반기 투자에 따른 실적 성장이 확실시 되고 있다”며 “하반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D램, 낸드 투자에 이어 정부와 국내 기업이 향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면서 투자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가 시장의 높은 관심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