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3차 TV토론회에서 이재명(왼쪽) 후보와 이낙연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1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회에서 영화 '기생충'이 소환됐다.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에서다. 두 후보는 서로의 입장을 맞받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특히 이낙연 후보가 '약자에 대한 태도 논란'까지 꺼내들자 이재명 후보는 "이런 게 진짜 네거티브"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이낙연 후보는 이날 주도권 토론 시간에 "(기생충 영화 속) 송강호의 집은 반지하에서 비가 오면 비가 그대로 집에 쏟아지고, 이선균 집은 비가 오면 그 비를 감상한다"며 "이선균과 송강호 두 분에게 똑같이 8만원씩 주는게 정의로운 것이냐, 아니면 그분들 돈을 모아서 송강호 집을 더 좋게 해주는 게 좋은 것인가. 기본소득론과 관련해 그런 의문을 갖는다"고 물었다.

고소득층, 저소득층 구분없이 전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기본소득의 철학을 기생충 영화를 빗대 지적한 것이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송강호에게 지원하겠다고 세금을 내라고 하면, 이선균은 세금을 안 낼 것"이라고 맞받았다.

저소득층에게 선별적 복지를 하기 위해 세금을 걷는다면 부자들의 조세 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 기본소득론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보편적 복지로 부유층들의 조세 저항을 낮출 수 있다'는 철학이다.

하지만 이낙연 후보는 "그것은 부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하며 "부자들은 그것 보다는 사회에 기여하고 명예를 얻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후보는 그간 이재명 후보를 저격해온 박용진 후보에게 '기본대출'에 대한 의견을 물으며 간접 공격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태도'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선 이재명 후보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낙연 후보는 "약자나 시민을 대하는 이재명 후보 태도에 우려 있다는 것 본인도 아실 것"이라면서 "철거민들이 와서 항의 하니까 몸싸움하고 고소고발 했다든가,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을 쫓아내고 겨울철에 전기를 끊었다거나 하는 보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판하는 시민들을 향해 제가 차마 입으로 옮길 수 없는 트위터 반응도 있었고 최근에는 주민들께 반말하는 것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면서 "이런 태도를 어떻게 생각 하느냐"고 묻자 이재명 후보는 "전부 다 왜곡된, 사실이 아닌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재명 후보는 "철거민들한텐 제가 폭행을 당했고 그 사람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껐다는 건, 그들이 이미 처벌받은 상황으로 그 얘기는 다시 하지 마시라"며 "이런 게 진짜 네거티브"라고 맞받았다.

양측은 최근 네거티브 과열 양상이 빚어지자 '휴전' 선언을 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는 "(시민들에게) 반말했다 이런 건 영상을 보면 여러 대화 중 한 부분을 짤라 붙인 것"이라며 "이런 것 안 했으면 좋겠다. 이런 것이야 말로 네거티브"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토론 내내 공세에 집중했던 이낙연 후보와 달리 이재명 후보는 최근 자신이 발표한 청년 공약과 기본금융 공약 등을 소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활용했다. 공격보다는 본인의 정책으로 토론을 이끌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 후보는 김두관 후보에게 "청년들이 실업하면 구직급여를 받는데 실제 활용률이 10%대에 불과하다. 굳이 심사를 안해도 한 번은 구직급여를 보장해주는 게 제 공약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추미애 후보에게는 "청년들이 생활비 학자금 때문에 돈을 못 빌려서 고리대금업자 사채업자 돈 빌렸다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자신의 기본대출 공약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토론회 중반 '이 말은 꼭 하고싶다' 코너에서는 야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윤 전 총장이 가난한 사람들은 부정식품이라도 사먹을 수 있는 자유 부여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런 건 자유가 아니다"라며 "정말로 중요한 자유는 자유롭게 최소한 인간답게 살 자유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정식품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게 국가가 만들어드려야 하고, 고리 사채업자들에게 피해입지 않고도 살 수 있돌고 금융복지정책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격자들은 1~2위인 이재명·이낙연 후보를 집중 공격하는 기조를 이어갔다.

정세균 후보는 "음주운전자는 따로 있는데 벌금은 저보고 내라는 것 같아서 억울하다"며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들께서 소칼, 닭칼, 조폭(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서 막말과 험담으로 경선판 진흙탕으로 만들어 놨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전 도민 재난지원금 검토를 언급하면서는 "말로는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문 대통령 결단을 부인한다"고 지적했고, 이재명 후보는 "합의를 거부하는 게 아니고 돈이 없어서 12%는 못 주겠다고 하니까 지방정부에서는 세금 많이 내는 그분들에게도 지급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추미애 후보는 이날 나온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2심 판결을 언급하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 수사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좌초시키려했던 사건"이라며 각 후보 캠프가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국회 통과를 서두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용진, 김두관 후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관련 이재명 후보의 입장이 변했고, 공정에 맞지 않다며 공세를 가했다.